[기자수첩] 이재용 구속영장 기각·인용 ‘일희일노’하지 말자
[기자수첩] 이재용 구속영장 기각·인용 ‘일희일노’하지 말자
  • 신민우 기자
  • 승인 2017.02.20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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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출석하는 모습은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우리나라에서 ‘성역’으로 불리던 글로벌 대기업 삼성, 그 중에서도 황태자 이 부회장이 구속된 채 포승줄에 묶여 걸음을 옮기리라고 누가 상상할 수 있었겠는가.

혹자는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인용 소식에 ‘정의가 살아있다’며 환호했고 누군가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의 위신추락과 경영공백’을 우려했다.

마찬가지로 특검이 1차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을 때 이를 기각시킨 조의연 판사를 ‘권력과 돈 앞에 무릎 꿇은 법조인’으로 매도하거나 두 번째 청구에서 영장을 인용한 한정석 판사를 ‘법의 수호자’로 칭송하는 모습도 보였다.

기자는 판사들이 사견(私見)을 최대한 배제하고 법에 입각해 이 같은 판단을 내린다고 믿는다. 1차에 기각됐던 영장이 2차에 인용됐다면 그 사이 추가된 혐의가 법원의 판단을 가른 것으로 봐야할 것이다.

뇌물 혐의 액수가 똑같이 433억원이되 삼성이 최순실 모녀에 명마를 지원했다는 것이 그 중 하나다.

하지만 세간에서는 조 판사의 신상을 온라인에 폭로하거나 원색적으로 비난ㆍ조롱하는 등 법의 중립성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부를 만큼 냉정하지 못한 행동을 보였다.

법원의 판결에 따라 이렇듯 극단적인 반응을 내놓는다면 어떻게 중립적인 판결이 나올 수 있을까. 일희일노(一喜一怒)하는 모습은 옳지 않다.

쿨하게, 가슴은 뜨겁게. 어느 흘러간 노랫말처럼 우리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

다만 이 같은 시국을 바라보기만 하라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겨울바람을 훈풍으로 만들 만큼 뜨겁게 촛불을 드는 일이다.

[신아일보] 신민우 기자 ronofsmw@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