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특검은 ‘공명심’을 버려라
[사설] 특검은 ‘공명심’을 버려라
  • 신아일보
  • 승인 2017.02.13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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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또다시 소환 조사했다. 특검은 ‘뇌물공여’ 등의 혐의를 적용,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것을 검토중이다.

지난달 특검은 이 부회장을 뇌물죄로 구속하려 했다. 영장청구 당시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차고 넘친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이틀 뒤 법원은 “법적 다툼의 여지가 있고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면서 영장을 기각해버렸다.

특검 주장대로 뇌물죄의 증거가 차고 넘친다면, 이 부분을 보강 수사해 영장을 재청구하면 된다. 그런데 이번에는 문제 삼는 것이 달라졌다.

이전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정에서 국민연금공단이 찬성표를 던진 것은 최순실과 박근혜 대통령에게 준 뇌물 때문이라는 논리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삼성물산의 합병 이후 공정거래위원회가 청와대의 지시를 받고 순환출자 문제를 해결하는 데 특혜를 준 것이 뇌물이라는 것이다.

이 부회장과 박 대통령의 독대 이전에 이미 삼성물산 합병이 결의돼 뇌물죄의 요건인 대가성에서 설득력이 떨어지자, 독대 이후의 순환출자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이다.

또 최순실이 독일에 설립한 코레스포츠와 컨설팅 계약 형식으로 지원된 것이 언론보도로 무산된 뒤, 우회적으로 블라디미르 명마를 사주는 등 지원한 게 아닌지도 따져보고 있다.

특검이 왜 이렇게 이재용과 삼성에 집착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노릇이다. 특검의 1차 활동시한은 이달 말까지다. 수사시간 연장 여부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칼자루를 쥐고 있어 성사가 불투명하다. 그럼에도 할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특검은 아직 청와대 압수수색과 박 대통령 대면조사 날짜조차 잡지 못했다. 청와대와 최순실의 수사협조 거부를 극복할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수사도 진척이 없다. ‘문고리 권력 2인방’ 중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은 어디에 있는지 찾지도 못하고 있다.

삼성보다 더 뇌물 ‘의혹’이 짙은 기업들도 많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사면복권 로비 정황이 뚜렷한 상황이고 롯데그룹은 시내면세점 인허가 불허결정 번복과정이 수상하다. 현대자동차그룹 KD코퍼레이션 납품 비리 의혹, 포스코 광고회사 강탈 의혹, KT는 차은택씨의 인사 및 이권개입 의혹 등 ‘줄줄이 사탕’이다. 그러나 특검은 삼성 외에 다른 어떤 기업도 압수수색에 들어간 적이 없다.

이래서야 특검이 삼성만 콕 집어 타깃으로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검의 목표가 최순실·박근혜가 아니고 이재용인가? 아니면 자존심 싸움인가?

세계무대에서 글로벌 공룡기업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 기업을 꼭 이렇게 해야만 하는지 의문이다.

특검 입장에서 실익도 없다. 삼성의 법조팀은 그야말로 ‘드림팀’이다. 그들이 사력을 다해 방어중인데, 그 방패를 또 뚫지 못하면 그 다음엔 어쩔 것인가.

무엇보다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가 없는 이재용은 불구속 재판 가능성이 높다.

박영수 특검은 유난히 명예를 중시하고 ‘공명심’이 강하다고 알려졌다. 그 공명심도 지나치면 독이 된다. ‘영웅’이 되려다 ‘바보’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