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구제역 매년 되풀이하고도 농민 탓이라니
[기자수첩] 구제역 매년 되풀이하고도 농민 탓이라니
  • 전호정 기자
  • 승인 2017.02.13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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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만 접종하면 괜찮다더니 구제역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당장의 경제적 이익만을 쫓아 선제적 방역대응에 소홀히 한 결과는 참혹하다.

미리 백신을 확보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은 실소마저 나온다.

우리 정부는 이제 대내외적으로 가축 전염병 대처능력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겠다.

그런데 정부는 자신들의 무능함을 축산 농가를 향해 던져버렸다.

항체 형성률이 낮게 나온 것이 농가들의 안일함 때문이라며 과태료 처분도 추진할 예정이다.

여태 백신 접종과 사후 관리는 농민들에게 떠맡겨 놓고 나 몰라라 하던 정부가 법을 방패삼아 슬그머니 발을 빼버리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미 복수의 매체들과 전문가들은 정부의 항체 형성률 시스템 자체가 오류투성이였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더군다나 백신을 접종해 항체 형성률이 87%, 90%까지 나온 곳도 구제역에 걸리면서 농민들의 불안과 불신은 말도 할 수 없을 정도다.

정부에서 내린 방침을 착실히 지켜오던 농민들의 경우 이미 가슴에 피멍이 들었다.

이제 더 이상 가축 질병에 대해 이번만 넘기면 된다는 식으로 대처해서는 안 된다.

한국형 백신 개발과 더불어 자체적으로 완벽히 대응이 가능한 체계적 방역시스템을 구축하고 전문가 육성에 힘써야 한다.

방역 분야를 전문화하기 위한 법 개정은 물론, 상시적으로 투입 가능한 방역인력 역시 보강이 필요하다.

여기에 농업인 교육 등을 통한 농가 경식개선이 함께 이뤄진다면 구제역 조기 진압도 더 이상 먼 나라 일이 아닐 것이다.

부디 빠른 대처로 하루 빨리 AI·구제역 종식 소식이 들려오기를 바란다.

[신아일보] 전호정 기자 jh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