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세 아이의 엄마, 그녀는 ‘워킹맘’이었다
[데스크 칼럼] 세 아이의 엄마, 그녀는 ‘워킹맘’이었다
  • 신아일보
  • 승인 2017.02.02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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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라 편집국 팀장

 
지난달 보건복지부 청사 계단에서 피를 흘리며 숨진 채 발견된 여성공무원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그녀는 세 아이의 엄마였으며,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귀한지 일주일밖에 안된 상황이었다.

그런 그녀가 일주일간 70시간에 달하는 풀근무에 시달렸다는 언론보도가 나오자 많은 워킹맘들은 분노했고 정부는 역시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주말근무 전면금지라는 대책을 내놨다.

그녀의 근무시간이 조금 더 유연했더라면 어땠을까? ‘황금 밥그릇’이라 불리는 공무원의 처우가 그 정도인데 일반 기업의 워킹맘들은 오죽할까.

워킹맘들은 회사에서 퇴근하는 동시에 집으로 출근하곤 한다.

통계청 ‘한국인의 생활시간 변화상’ 조사 결과에 따르면 워킹맘의 가사노동 시간은 하루 3시간8분인데 반해 남성은 45분이다.

똑같이 돈을 벌고 퇴근해서 집안일은 4배나 더 많이 하는 것이다.

집에 오면 아침에 준비하면서 널부러진 잔재들을 치우고 저녁밥을 차려야 한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씻기고 설거지, 빨래 등 쌓여있는 집안일을 다 마친 뒤에야 씻고 잠자리에 들 수 있다.

이 시간이 평균 저녁 10~11시 무렵인데 이 시간까지 화장은커녕 옷도 못 갈아입고 집안일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당연히 수면시간도 남성에 비해 짧을 수밖에 없다. 가족 중에 가장 늦게 자리에 눕지만 가장 먼저 일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쳇바퀴 도는 일상 속에서 회사 업무가 가중된다면 더욱 지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회사는 일의 능률이 높은 직원을 원한다. 이것은 무척이나 당연한 얘기다. 오너 입장에서 월급주면서 부리는 직원이 일을 못한다면 누가 좋아할 수 있겠나.

하지만 일을 오래 한다고 잘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단순히 책상머리에 앉아서 시간 때우기나 하는 직원보다 정시 출퇴근을 하더라도 업무 역량이 높은 직원을 높이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막무가내 식 시간 때우기를 권하지 마라. 걸핏하면 ‘애 엄마들은 그래서 안 된다’느니 등의 언어폭력도 삼가라. 세상이 변했다.

출근카드 찍으면서 남들보다 늦게 퇴근하는 게 최우선인 세상은 지났단 말이다. 그러니 ‘칼퇴근’하는 워킹맘에게 최소한 눈을 찌푸리진 말아야 한다.

대한민국의 저출산 문제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어른들은 안 낳거나 하나만 낳는다는 젊은이들의 생각이 잘못됐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이를 낳아도 편하게 기를 수 없는 환경이 잘못된 것이다. 워킹맘들은 여기서 치이고 저기서 치이는 샌드백이 아니다.

부부가 맞벌이 하지 않으면 굶어죽는 생계형 워킹맘이 아닌, 내 일을 사랑하고 아끼는 워킹맘들이 많아져야 할 것이다. 그래야 둘째, 셋째를 낳을 생각이 들지 않을까?

워킹맘에게 혜택을 달라는 것이 아니다. 그저 워킹맘을 향한 색안경을 벗어달라는 것뿐이다. 그래야 워킹맘들이 출산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달콤한 조언을 해줄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그것이 바로 효과적인 ‘저출산 대책’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고아라 편집국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