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한 치의 양심과 애국심도 없는 국정농단세력
[데스크 칼럼] 한 치의 양심과 애국심도 없는 국정농단세력
  • 신아일보
  • 승인 2017.01.31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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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광원 경제부장
 
중국 전한(前漢) 경제 때의 일이다.
 
황제의 시종장에 주문이라는 사내가 있었다. 애초에는 시의로서 선대인 문제를 모시고 있었으나, 태자의 몸시중을 들게 되면서 태자(경제)가 즉위하자 시종장이 되었다.
 
주문은 입이 무겁고 신중하면서 겸손한 인물이었다. 항상 누덕누덕 기우고 때가 많이 탄 소박한 옷차림에다 일부러 더러운 풍채를 하고 있었다.
 
따라서 황제는 그가 사리사욕을 챙기거나 딴 마음을 먹을 인물이 아니라고 판단, 안심하고 침실에까지 출입시키고 심지어 후궁과 밤일을 할 때도 대기시켰을 정도였다. 그는 경제의 사후에도 궁중에서 일어난 일은 단 한 번도 입에 담지 않았다.
 
그는 경제로부터 때때로 신하들에 대한 인물평을 하문 받았으나 그 때마다 폐하께서 판단하십시오라며 입을 닫았다.
 
주문이 수도인 장안에서 양릉으로 거처를 옮겼을 때도 황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여러 가지 하사품을 내렸으나, 그는 그 때마다 사양했다. 물론 제후나 문무백관들에게서 선물을 받은 적도 전혀 없었다.
 
경제가 죽고 무제가 즉위하자, 주문도 선제의 총신으로 우대를 받았다.
 
그가 경제를 모시던 시기는 권력암투가 처절하던 시기였다. 황후가 죽자 후궁이 황후가 되려고 음모를 꾸미다 실각하고 그녀가 낳은 태자도 폐위된 후, 다음 서열 후궁의 아들 무제가 황제가 되는, 어지러운 세상이었다.
 
그러나 황제의 최측근인 그는 언제나 을 넘는 일이 없었다. 권력 주변에서 부정과 탐욕을 일삼는 무리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인물이었다.
 
주문은 요즘 식으로 말하면 대통령 비서실장이다.
 
역사에 크게 이름을 떨친 영웅이나 재사는 아니지만, 이런 인물이 황제들을 보필했기에 문경지치’(文景之治. 문제와 경제의 다스림)의 태평성대와 한무제의 전성기가 가능했다.
 
이 고사를 읽으면서 박근혜와 최순실, 김기춘, 우병우 등 국정농단세력들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주문의 발가락만큼이라도 따라오길 바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국정을 책임진, 혹은 코치하던 실세로서 손톱만큼의 양심이나 부끄러움,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는 마음이 있었으면 했지만, 요즘 행태는 ‘적반하장(賊反荷杖)’도 유분수지 않은가 말이다.
 
특히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하면서 거짓말과 변명으로 일관한 박근혜를 보면, 국민의 한 사람으로 참담하고 부끄럽기 이를 데 없다. 저 사람이 정녕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었다니
 
그들의 작태를 대체 언제까지 두고 봐야 하는가. 특검과 헌법재판소의 신속한 결단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윤광원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