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워킹맘은 학부모 자격이 없나요?
[데스크 칼럼] 워킹맘은 학부모 자격이 없나요?
  • 신아일보
  • 승인 2017.01.19 17: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아라 편집팀장

 
최근 초등학교 예비소집일 날 있었던 일이다.

평일 대낮에 모이라는 지령에 따라 예비소집 30여분을 앞두고 학교 앞 커피숍에서 친구를 만났다.

친구와 나 모두 어린이집에 보내는 아이들이 있긴 하지만 정식 학부모로는 ‘입문’ 단계이기에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사실 3월 입학 후에는 아이를 케어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몇날 며칠 잠 못 이루며 고민에 고민을 했으나 마땅한 답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결국 ‘닥치는대로 부딪혀보자’라는 생각으로 시간이 해결해 주리라 믿기로 했다.

내 상황과 생각을 친구에게 전하며 가슴 깊이에서 올라오는 슬픔을 짓누르던 차에 두 테이블 너머의 여자들이 하는 말이 비수를 꽂았다.

“아 나는 워킹맘들이 일한다고 나대는거 왜 이렇게 꼴보기 싫지?”

나를 겨냥한 듯한 발언에 한소리 하려던 찰나 친구가 나를 끌고 문밖으로 나왔다.

엄청나게 작은 동네지만 말 많은 동네니 참자며 저들은 3학년 엄마들인데 동네 소문의 근원지란다.

속상한 마음을 뒤로하고 5분정도 먼저 학교에 갔더니 꽤 많은 엄마들이 자리하고 있다.

올해는 2010년 백호띠들이 입학하는 해로, 황금돼지띠 이후 신입생 수가 최다를 기록했다.

그 많은 엄마들 중에 워킹맘들도 더러 보였다. 회사에 반차를 냈거나 외출, 월차, 연차 등의 갖가지 방법들을 동원해 참석한 것이다.

학교장의 인사말에 이어 운영현황 등에 대한 브리핑이 이어졌지만 머릿속은 이미 까맣다. 아까 들은 얘기가 상처가 됐으니 멀쩡한 게 되려 이상한 것이다.

물론 현재 초등학교에는 돌봄교실이라는 맞벌이 가정을 위한 제도가 있다. 나 역시 돌봄교실에 의지하기로 했으며 이미 신청서도 제출하러 다녀왔다.

돌봄교실이 맞벌이를 위한 제도지만 신청 자체가 평일 오전부터 오후까지 밖에 안 되는 점은 참 아이러니 하다.

그것도 그날 바로 신청이 안 되며 다음 주에 와서 서류를 제출하란다. 입학 전부터 이미 두 번은 조퇴 혹은 지각이라는 방법을 택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연초 새해 달라지는 것들 제도에 포함됐던 돌봄교실 인터넷 신청은 그냥 ‘정책’인 것일까? 어쨌든 올해는 안 된다니 서류를 준비해서 다녀오는 수밖에 없지 않는가.

아직 입학을 멀었고 부딪쳐야 할 산은 많다. 그런데 벌써부터 위축되고 소심해지니 어려울 뿐이다.

실제로 ‘경력단절여성’이 가장 많이 생기는 때가 출산 다음으로 초등학교 입학 때라는 조사결과도 있다.

담임교사가 대놓고 싫어해서 일을 관둔 엄마, 아이가 적응하지 못해서 관둔 엄마, 숙제와 준비물 등을 매일 놓치는 아이에게 미안해서 관둔 엄마 등 주변에도 이미 초등학교 1학년을 기점으로 ‘경단녀’가 된 사람이 차고 넘친다.

이중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일하는 엄마를 싫어하는 담임교사다. 자기도 워킹맘이면서 같은 처지의 엄마를 이해하기는커녕 일을 관두라고 종용하는 교사들이 있다는 것이다.

일하는 엄마에 대한 편견이 깨지지 않는 이상 ‘경단녀’의 숫자가 줄어들 수는 없을 듯하다.

시작도 하기 전에 잔뜩 겁먹은 워킹맘들의 ‘사기(士氣)’부터 꺾지 마라.  

/고아라 편집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