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상처만 남은 기업은행장 인사
[기자수첩] 상처만 남은 기업은행장 인사
  • 강태현 기자
  • 승인 2016.12.25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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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결국 IBK기업은행 내부 출신인 김도진 부행장을 차기 기업은행장으로 임명 제청했다.

이번 기업은행장 인사는 낙하산 인사를 피했다는 긍정적인 측면과 함께 금융당국과 노동조합 사이에서 발생한 갈등으로 결국 서로에게 상처만 남겼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지난 10월부터 금융권은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차기 기업은행장에 내정됐다는 소문으로 들썩인 바 있다.

현 전 수석은 주택은행 출신이긴 하지만 계속 정치인의 길을 걸어온 대표적인 ‘정피아’ 인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된 이후 금융공기업에 대한 낙하산 인사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금융당국은 내부 인사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이에 차기 기업은행장 후보로 박춘홍 전무와 김도진 부행장, 김규태 전 전무 등이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내부 인사에 대해서도 기업은행 노조는 거세게 반발했다.

기업은행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이번 인선 배후에 현 정부 실세와 친박계가 개입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지적하며, 후보로 거론되는 김규태 전 전무와 김도진 부행장이 은행 내부에서 지지를 받지 못하며 자질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노조가 밀고 있는 은행장 후보가 따로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이번 기업은행장 인사 과정에서 발생한 잡음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금융당국은 노조의 반발을 받아들여 다른 금융권 전문가를 기업은행장에 내정할 수 있었고, 노조 또한 한 발 물러서 금융당국의 내부 인사를 환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탄핵 정국이기에 가능했던 내부 인사다. 금융당국과 노조의 양보 없는 싸움은 결국 양쪽 모두에게 상처만 남기고 끝났다. 

[신아일보] 강태현 기자 th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