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제약업계 임상중단을 대하는 자세
[기자수첩] 제약업계 임상중단을 대하는 자세
  • 손정은 기자
  • 승인 2016.12.19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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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를 시작하며 80만 원까지 치솟았던 한미약품의 주가가 지금은 절반에도 못미치는 30만 원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수출한 항암제가 부작용 문제로 임상이 중단됐고, 사노피와 계약한 당뇨신약은 임상일정이 예상보다 연기 됐으며, 얀센과 계약한 또 다른 당뇨신약은 임상에 참여하는 환자모집이 유예되면서 일정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임상일정이 지연되는 것은 둘째치고라도 베링거인겔하임과의 계약 파기를 늑장공시 했다는 의혹을 받으며 신뢰를 잃었던 것이 컸다.

결과적으로는 검찰조사를 통해 늑장공시의 의도성은 보이지 않는다며 혐의를 벗었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이득을 챙긴 이들은 구속됐다.

한미약품이 일으킨 나비효과는 제약주 급락과 함께 제약업계 전체에 대한 불신까지 가져왔다.

매끄럽지 못했던 과정은 질타받을 일이지만 이 일을 계기로 제약업계의 신약개발 능력이 폄하되는 분위기는 우려스럽다.

한미약품의 기술을 사간 굴지의 다국적제약사들은 손해볼 계약을 할만큼 허술하지 않다.

신약개발 과정에서 변수는 언제나 존재한다. 완성되지 않은 임상단계의 기술을 계약하는 것은 임상이 중단되는 경우의 수가 존재함에도 성공했을 때 가치가 위험부담을 상쇄할만큼 높기 때문이다.

글로벌기업들이 한국의 제약사가 개발중인 신약 파이프라인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물꼬를 트게 됐다는 것만으로 한미약품은 의미있는 역할을 했다.

그럼에도 유한양행, 녹십자, 종근당의 임상중단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자 제약업계의 신약개발 능력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높다.

신약은 생명과 직결된 것인 만큼 개발과정에서 위험요소가 발견되거나 효능이 예상보다 미치지 못하면 언제든 중단될 수 있다.

기술수출 규모에 열광하기 보다 실패를 경험하고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후보물질을 찾아 비용과 인력을 투자하는 제약사들의 의지를 믿음의 시선으로 봐주는 자세가 필요한 때다.

[신아일보] 손정은 기자 jes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