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동산만 믿었던 한국경제 어쩌나
[기자수첩] 부동산만 믿었던 한국경제 어쩌나
  • 천동환 기자
  • 승인 2016.12.14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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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무능한 스포츠 감독이 보여줄 수 있는 선수 운용 형태 중 하나가 '혹사'다. 이는 야구든 축구든 모든 종목에 공통 적용된다.

팀 선수들 전체가 고른 기량을 보이지 못하면, 감독은 그 중 가장 뛰어난 선수 몇 몇을 기계처럼 돌리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지금 당장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면 감독 본인의 입지가 불안해지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한국경제가 딱 이 꼴이었다. 전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서 내수와 수출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고, 박근혜 정부의 경제 수장들은 가장 눈에 띄는 선수 한 명을 집었다. 바로 건설이다.

기준 금리는 내리고 대출 심사기준은 완화해 너도 나도 "대출받아 집 사자"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갑자기 달아오른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에 자금 여력이 마땅찮은 서민들과 중산층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주택 수요가 늘었고 건설사들은 그에 맞춰 역대 최대 규모로 공급을 늘렸다. 은행에선 대출이 활발히 이뤄졌고 돈이 돌았다. 마치 경제가 살아나는 듯 했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어느 순간 주택 공급 속도가 수요 증가 속도를 앞지르는 상황이 돼버렸고 국민들은 빚더미에 허덕이고 있었다. 무리한 선수 기용으로 인한 부작용이 나타난 것이다.

한 경제 전문가는 "건설투자가 뒷 받침 되지 못할 경우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1%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그 동안 우리 경제의 너무 큰 부분을 건설에 의존했고, 보여주기식 경제 활성화에만 몰두한 채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방관했다.

당장 주택사업 위축이 불가피해진 내년 경제전망은 어둡다. 눈 앞의 승리에만 급급했던 저급한 경기 운용의 뼈 아픈 결과다.

[신아일보] 천동환 기자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