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박근혜 대통령의 올림머리
[기자수첩] 박근혜 대통령의 올림머리
  • 전호정 기자
  • 승인 2016.12.14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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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한 때 헤어디자이너를 꿈꾸며 미용업에 종사한 적이 있다.

서울 강남의 한 미용실에서 근무할 때는 신부 올림머리를 하는 고객들이 많아 새벽같이 출근해야 했다.

일생에 단 한 번뿐인 결혼식 날인 만큼 신부들의 올림머리와 메이크업에는 약 3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이 중 올림머리에 소요되는 시간이 약 3분의 2 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굳이 ‘웨딩 헤어스타일’이 아니더라도 올림머리는 꽤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이른바 올림머리의 기본을 잡는 작업(롤이나 고데기 등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륨을 주는 작업)에만 10~20분가량이 소요된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 역시 세월호 참사 당시 올림머리를 하기 위해 미용사를 부른 사실이 알려졌다. 논란이 일자 청와대는 딱 20분 머리를 손질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반적인 올림머리가 20분 만에 완성될 수 없다는 것은 한번 쯤 올림머리를 해 본 여성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다만 퍼스트레이디 시절부터 박 대통령이 고수해온 머리 스타일이니 만큼, 일반적인 올림머리보다는 빠른 시간 안에 완성이 가능할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인터넷상의 댓글 등을 살펴보면 국민들이 크게 분노하는 이유는 ‘머리 손질에 정확히 시간이 얼마나 걸렸느냐’가 아니다.

300여명이 차가운 바다 속으로 가라앉고 있는 그 위중한 때에 미용사를 불러 거울 앞에 앉았어야만 했냐는 게 ‘팩트’다.

더군다나 청와대 주장대로라면 당시는 세월호의 침몰 상황을 이미 박 대통령이 파악했을 때이기도 하다.

가발을 쓰는 방법도 있고, 머리를 그냥 묶을 수도 있었다. 박 대통령이 과거 “(올림머리는) 제가 혼자 할 때도 있고, 누가 도와주실 때도 있다”고 말했던 것처럼 스스로 머리를 손질해 모습을 드러내도 됐다.

그랬다면 전속 미용사가 예약을 취소해가며 청와대까지 방문을 안했어도 됐고, 국가원수로서 1분 1초라도 더 빨리 국민들에게 위로의 말이라도 건넬 수 있었을 것이다.

국민이 원하는 대통령은 ‘흐트러짐 없는 아름다운 대통령’이 아니라는 사실을 박 대통령이 알 턱이 없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로 보인다.

이제 우리에게는 머리를 휘날리며 땀 냄새를 풍길지언정 정말 국민의 고통을 이해하고 공감해주며 어루만질 수 있는 그런 대통령이 필요하다.

[신아일보] 전호정 기자 jh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