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언론인 향한 비민주주의적 폭력 근절돼야
[기자수첩] 언론인 향한 비민주주의적 폭력 근절돼야
  • 김명호 기자
  • 승인 2016.11.20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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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시위 현장에서 언론을 향한 폭력행위가 또 발생했다.

주말이었던 19일,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에 대항하는 ‘맞불집회’를 벌인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및 보수단체들이 JTBC에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수 참가자들의 폭력에 JTBC 측은 예정됐던 뉴스특보 현장 중계를 전화연결로 대신했다.

JTBC는 뉴스특보에서 “주최 측은 평화집회를 주장했지만 숭례문까지 행진하는 과정에서 일부 참가자들이 방송을 준비하던 JTBC 중계진에 폭력을 행사했다”며 “최순실 국정개입 보도가 좌경세력의 주장이라고 비판하면서 촬영장비를 파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사실 집회·시위 현장에서 취재진 폭행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3차 집회때에는 KBS와 MBC 취재진이 ‘굴욕’을 당했다.

당시 세종문화회관 인근에서 KBS 취재진이 시민들에게 둘러싸여 위협을 당했다.

KBS 취재 차량은 ‘니들도 공범’, ‘각성하라’ 등의 글귀로 뒤덮였다.

시민들은 자리에 없는 MBC를 찾으며 험한 말을 하기도 했다.

결국 이날 MBC 기자는 ‘MBC news’가 적힌 마이크 대신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은 검은 마이크를 들고 현장 중계를 진행했다.

물리력을 행사하지는 않았지만 그 자리에 있던 취재진들은 아마 헐벗은 듯한 치욕감을 느꼈을 것이다.

이 때문인지 4차 촛불집회에서는 카메라에 붙어있는 방송사 로고를 가린 카메라도 군데군데 보였다.

시위현장에서 자신과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취재진을 폭행하거나 폭언을 퍼붓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는 폭력행위다.

언론인은 그동안 수차례 집회 참가자에게 폭력을 당하기도 하고, 진압하는 경찰에 폭력을 당하거나 강제 연행되기도 했다.

현장에서 취재진은 ‘동네 북’이 아니다.

이는 언론의 자유를 무시하고 폭력과 힘으로 정당성을 과시하려는 비민주주의적 행위다.

집회에도 자유가 있듯, 언론에도 자유가 있다.

물론 왜곡보도 등 언론이 제 기능을 다하지 않을 때, 국민의 상실감과 분노를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폭력으로 표현해서는 안 된다.

언론취재를 폭력으로 막는 행위가 용인된다면 그 시위는 명분을 잃을 수밖에 없다.

자유로운 취재활동은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기초나 다름없다.  

[신아일보] 김명호 기자 audgh195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