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영수회담 철회한 추미애… 당대표 자격 있나
[기자수첩] 영수회담 철회한 추미애… 당대표 자격 있나
  • 조재형 기자
  • 승인 2016.11.15 16:2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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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과 영수회담을 제안했다가 하루도 안 돼 돌연 취소했다.

‘최순실 게이트’ 정국이 중대 분수령을 맞고 있는 현 시점에서 추 대표의 이 같은 행보는 제1야당 대표로서 무책임한 처신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추 대표는 14일 오전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단독 영수회담 카드를 전격적으로 던졌다. 청와대도 이를 수용해 15일 오후 3시 청와대에서 회담을 열기로 합의까지 했다.

하지만 대통령과 제1야당의 중차대한 영수회담이 제안·합의 후 14시간도 되지 않아 어그러지게 된 것이다.

어이없는 영수회담 철회는 최순실 정국에서 공조를 하고 있는 같은 야권과 당내 반발이 동시에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추 대표의 회담제안은 야권인 국민의당, 정의당과 일절 협의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야권의 공조전선에 혼란을 야기하고 추후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회담 성사에 고춧가루를 뿌리는 격이 됐다.

이날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회담 제안한 추 대표나 덜컥 받은 박 대통령이나 두 분 다 똑같다. 두 분은 12일 촛불 민심을 져버렸다”며 거세게 질타했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도 “민주당이 제1야당이지만 국민들은 민주당에게 수습권한을 위임한 바 없다”면서 반발했다.

추 대표의 독단적인 행보는 당 내부에서도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긴급 의원총회에서 최고위원 전원이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추 대표는 의총에서 영수회담이 다수의 반론에 봉착하자 결국 뜻을 굽혔다. 그는 “하야하라는 민심이 박 대통령에게 전달되지 않았다고 생각해 이를 분명히 알려주고 싶었다”며 옹색한 변명을 했다.

추 대표의 이런 행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독단적으로 당 대표 취임 열흘 만인 지난 9월 8일 전두환 전 대통령 예방 계획을 잡았다가 당내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사실 영수회담이 성사됐다 해도 성공적인 답안이 나올 지는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정해진 회담인 만큼 그대로 추진했어야 했다.

거국중립내각, 탄핵 등 의견 교환을 통해 어떻게라도 현재의 어지러운 정국을 수습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추 대표의 어설픈 회담 추진으로 국정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제1야당 대표로서 영수회담 제안을 일방적으로 번복한 추 대표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야3당도 거야(巨野)로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시급히 국정 수습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신아일보] 조재형 기자 grind@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