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조용해서 더 무서운 ‘촛불집회’
[기자수첩] 조용해서 더 무서운 ‘촛불집회’
  • 박영훈 기자
  • 승인 2016.11.06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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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었던 5일, 서울 도심에서 최순실 게이트의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동서남북에서 인파가 몰려들었다. 2002년 월드컵 못지 않은 인파였다.

주최 측 추산 인원만 20만명. 하지만 다행히 우려했던 폭력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날 광화문 밤거리는 그저 촛불로 환해졌을 뿐이었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이후 거의 매주 광화문에는 인파가 몰려 누군가를 추모하고 어떤 사건에 대해 진상규명을 해달라 목소리를 높였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수많은 시민의 목소리가 울분으로 터져 나오는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시끄럽기 그지없다.

이날 촛불집회는 평화를 공언하고 불법을 자제한 주최 측의 노력과 경찰의 유연함이 더해져 평화로 끝났다는 평이다. 오히려 조용해서 더 무서웠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촛불집회는 항의나 추모를 목적으로 하는 비폭력 평화시위의 주요방식 중 하나다. 표현에서 알 수 있듯 그 자체가 새로운 시민운동이다.

1960년대 말 미국의 반전운동 과정에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는 1992년 온라인 서비스의 유료화에 반대하는 촛불집회가 저항적 시위에 활용된 첫 사례로 알려져있다.

지난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사망한 두 여중생의 추모집회에 이어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반대 시위를 거치며 야간시위의 대표적 방식이 됐다.

현재 열리고 있는 이 집회가 어떤 형태로 확대되고 언제까지 이어질지 장담하긴 어렵지만 제 목소리를 내되, 서로 극렬하게 대립해서는 안 된다.

정확한 표현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폭력집회(혹은 불순한 동기를 가진 전문시위꾼)와 그에 맞서는 경찰.

이는 무질서와 치안의 불안이라는 부정적 국가이미지는 형성하는 꼴 밖에는 되지 않는다.

그 결과가 어떨지 우리 국민은 너무나 잘 봐왔고, 알고 있다.

이날과 같은 주말 집회는 앞으로도 몇 차례 더 예정돼 있다.

극렬하지 않았으나 시위 형태와 내용만으로도 평범한 국민의 분노와 허탈, 그리고 눈물은 충분히 전달됐을 것이다.

앞으로도 이성적인 시민의 저항 의지를 표출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집회의 마지막은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내는 하나의 길이어야 한다.

이같은 집회문화 변화로 더 많은 이들이 정치, 사회, 경제에 관심을 갖고 더 나은 사회가 되기를 바라본다. 

[신아일보] 박영훈 기자 yhpark@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