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산업은행 혁신안, 꼼수에 불과하다
[기자수첩] 산업은행 혁신안, 꼼수에 불과하다
  • 강태현 기자
  • 승인 2016.10.3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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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해운업 부실화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받고 있는 산업은행이 31일 혁신안을 통해 조직을 재정비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9월말 예정됐던 발표가 한 달이나 늦어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번 혁신안에 대해선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하지만, 이번 산은의 혁신안은 지난 6월 발표했던 초안의 모습과 별 반 다를 것이 없다.

인력 감축과 연봉 삭감등으로 혁신안의 겉은 화려하게 포장했지만, 정작 알맹이가 빠졌다.

먼저, 혁신안의 첫 시작부터 문제가 됐다. 애초 산은은 혁신안을 기획하는 혁신위원회에 외부 전문가를 포함시키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하지만, 정작 41명의 혁신위원 중 민간위원은 7명 뿐이며, 모두 교수로 구성됐다. 더 심각한 것은 나머지 인원이 전부 산은 직원들로 채워졌다는 것이다.

이는 내부의 문제를 자기들만의 논의를 통해 해결하겠단 산은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인원 감축안 역시 자연 감소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박용진 의원은 31일 산은의 인력 감축안을 강력히 비판했다.

산은이 현 정원 3193명의 10%를 오는 2021년까지 단계적으로 감축하겠다고 했지만, 같은 기간 정년퇴직이 146명이고 지난 7~9월 스스로 퇴사한 직원 또한 19명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사실상 10% 감소를 자연감소와 의원면직으로 채우겠다는 것”이라며 산은이 지난 국정감사에서 지적했던 사안들은 이번 혁신안에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산은은 이번 혁신안에서 구조조정 역량을 강화하고, 관계기관 낙하산 인사를 전면 금지하겠다는 구태의연한 방안을 반복적으로 내놨다.

정부의 무조건적인 조선·해운업 지원이 결국 이들의 구조조정을 불러왔다는 비판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산은의 이번 혁신안은 여론이 잠잠해지길 기다리는 면피용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신아일보] 강태현 기자 th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