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낙태죄 문제’ 공론의 광장으로 나와야
[기자수첩] ‘낙태죄 문제’ 공론의 광장으로 나와야
  • 허인 기자
  • 승인 2016.10.30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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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었던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 검은 옷을 입은 수백 명의 사람이 눈에 띄었다.

20대로 보이는 젊은 여성이 다수였으나 젊은 남성과 중년 남녀도 제법 보였다.

이들은 최근 보건복지부가 비도덕적 진료를 한 의사의 자격정지 기간을 현재 최대 1개월에서 최대 1년으로 강화하는 의료법 시행령·규칙을 입법 예고한 데 대해 반발하기 위해 모였다고 했다.

정부가 여론의 반발로 지난 17일 결국 사실상 철회 입장을 밝히며 한 발 물러선 태도를 보였지만 성난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또 이들은 이날 검은 옷은 최근 폴란드에서 ‘낙태금지법’ 폐지를 이끈 여성들의 검은 옷 시위를 모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의 이날 구호는 ‘낙태죄 폐지’였다. 들고 있는 팻말에는 ‘내 자궁은 나의 것’, ‘국가는 나대지 마라’, ‘여성의 몸은 국가 통제를 거부한다’ 등의 자극적인 글귀가 있었다.

정부는 의료인의 불법 낙태는 부당 의료행위인 만큼 처벌 강화를 통해 근절하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여성계를 포함, 반대하는 이들은 아이를 낳을지에 대한 선택권은 임신과 출산의 당사자인 여성에게 주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모자보건법에는 근친상간, 강간 등 극히 제한적인 경우에만 배우자의 동의를 받아 임신중절 수술을 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한해 낙태수술이 17만 건으로 추정될 정도다. 이 수치는 조항 자체가 이미 실효성을 상실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실적 문제로 인해 그동안에도 불법 낙태는 암암리에 이뤄져왔음이 사실이다.

이 문제는 이미 의료계를 넘어 사회 전체로 퍼졌다. 의료계에서는 낙태수술 처벌 수위가 올라가면 낙태가 더욱 음성화돼 여성 건강권을 심각하게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낙태 문제는 생명과 관련된 문제다. 여성이 자신의 몸에서 발생하는 임신과 출산 등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는 물론 존중하지만 낙태를 쉽게 찬성하지는 않는다.

소중한 생명을 인위적으로 없애는 것을 누가 정당화할 수 있겠는가.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는 불법 낙태는 원칙적으로 용인될 수 없다.

낙태 문제는 태아의 생명권, 태어난 아이들의 권리와 또 아이를 낳아 기르는 여성의 인권 등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있어 가닥을 잡기 어렵다.

결국 복지부의 입법예고로 촉발된 이번 낙태 논쟁은 밖으로 더 나와야 한다. 더 많은 이들이 알고 관심을 가져야한다.

공론의 광장으로 나와 보편적이고 보다 현명하고 다수가 수긍할 수 있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와야 한다.  

[신아일보] 허인 기자 hurin020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