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롯데, 투명·윤리경영으로 새 출발하라
[사설] 롯데, 투명·윤리경영으로 새 출발하라
  • 신아일보
  • 승인 2016.10.20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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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길
그룹은 총수일가 소유물이 아니다

4개월여에 걸친 롯데그룹 비리 의혹 수사가 마무리됐다.

500명에 넘는 임직원이 피의자, 참고인으로 730여회에 걸쳐 조사를 받았고, 이인원 부회장이 검찰 소환을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파란을 겪었다.

재계 5위 기업을 대상으로 벌인 수사로 역사에 남을 기록이다.

검찰은 19일 횡령과 배임 혐의로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빈 회장,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등 총수 일가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신동빈 회장은 친형 신동주와 여동생 신유미 씨를 그룹 계열회사에 이름만 올려놓고 부당하게 급여를 지급하는 등 회삿돈 횡령과 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증여세 탈루 혐의, 첫째 딸인 신영자 이사장은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혐의로 이미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이번 수사로 그룹 차원의 횡령, 배임, 탈세 등을 적발하는 나름의 성과는 있었지만 초기를 생각하면 ‘용두사미’로 끝난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검사 등 최정예 인력으로 수사팀을 꾸리고, 지난 6월 10일 수사관 240여명을 투입해 총수 일가 집무실, 자택, 본사 및 계열사 17곳 등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하면서 결과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러나 관심을 모은 총수 일가의 비자금 의혹 규명에 실패했고, 제2 롯데월드 건설 과정의 정·관계 로비 의혹 등은 제대로 파헤치지 못했다.

검찰은 비협조적인 기업 내부 행태 등 수사의 애로 사항을 토로했다. 하지만 최대 규모의 정예 인력을 투입하고도 성적은 초라하다는 쓴소리를 듣기에 충분하다.

이번 롯데그룹 수사로 적발된 범죄 금액은 4000억원에 달하고, 총수일가의 횡령성 이득액은 1400억원이 넘는다. 엄청난 액수에 비해 수사 결과는 내 놓기가 부끄러울 정도다.

어찌됐든 롯데그룹은 새로운 변신을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다.

롯데그룹 측은 수사 결과 발표 후 “심려를 끼쳐 죄송하고 향후 재판 과정에서 성실하게 소명하겠다”며 “롯데가 사회와 국가경제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성찰하고 앞으로 좋은 기업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롯데가 그동안 검찰 수사의 표적이 되면서 경제적 손실, 기업 이미지 추락, 주요 사업 좌초 등은 그룹 안팎 상당한 피해를 입은 것은 사실이다.

실레로 롯데그룹 상장 계열사 9곳 중 7곳의 수사가 본격화된 지난 6월10일 이후 하락했다.

이들 계열사 7곳의 시가총액은 지난 19일 기준 7조7510억원으로, 압수수색 직전인 지난 6월9일 9조2060억원과 비교할 때 1조4550억원(15.8%)이 공중으로 날아갔다.

이번 수사는 전례가 없는 일로 그 만큼 주목을 받아왔다는 뜻이다.

검찰 수사는 끝났지만 모든 것이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앞으로 진행될 재판도 그렇지만 더욱이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시선을 의식해야 한다. 국민을 외면하는 비윤리적 기업은 살아남기 힘들다.

아직도 신동주, 신동빈 형제의 경영권 분쟁의 여운은 남아있다. 애초에 롯데에 대한 전방위 수사도 경영권 분쟁이 단초를 제공했다는 시각도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전투구의 후계 싸움을 조속히 마무리 짓고 거듭 태어나 경영에 매진하길 바란다.

특히 롯데그룹은 총수일가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아무튼 롯데는 회장이 구속되는 최악의 위기 상황은 모면한 셈이다. 그룹의 심리적 상처가 아무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롯데그룹을 지켜보는 시선은 옛날 같지 않을 수 있다. 투명하고 윤리적인 경영으로 국가발전과 사회 공헌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줘야 국민의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