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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정말 소중한 아기가 타고 있을까
[독자투고] 정말 소중한 아기가 타고 있을까
  • 신아일보
  • 승인 2016.10.11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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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경찰서 경무과 경사 박인철

 
하늘은 높고 푸르며 선선해진 공기가 나들이하기 딱 좋은 날씨라 모처럼 가족과 함께 여행길에 올랐다.

조수석에는 아내 그리고 뒷자리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장난기로 가득한 세 살, 다섯 살 사내아이 두 녀석을 태웠다.

목적지를 놀이공원과 지인이 있는 양산으로 정하고 남해고속도로로 차를 몰았다.

하지만 모처럼의 나들이에 좋았던 기분은 얼마 가지 못했다. 추석에 잃었던 점수를 만회하기 위한 남편들이 많음 직한 명절 직후의 주말 고속도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차들로 가득 했다.

차가 막히고 출발 전 하나씩 챙겨온 장난감에 싫증을 느낀 아이들은 인내력의 한계를 보이며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아내와 아이들의 줄다리기가 시작되고 아내는 조금씩 마녀가 되어간다.

그렇게 아내의 큰소리와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번갈아 들어가며 가다 서기를 반복하다 보니 차들이 조금씩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언제 도착 하냐는 큰 아이의 물음에 “이제 다와가”라는 본의 아닌 거짓말을 반복하며 차의 속도를 높였다.

그런데 갑자기 SUV 차량 한 대가 ‘소중한 아기가 타고 있어요’라는 앙증맞은 글귀가 적힌 뒤태를 뽐내며 우리 차를 순식간에 앞지르더니 곡예 운전을 이어갔다.

순간 정말 아이가 타고 있기는 한 걸까? 라는 걱정 섞인 의문이 들며 운전자의 얌체 같은 행동이 곱게 보이지는 않았다.

최근 도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아기가 타고 있어요(Baby on board)’라는 글귀는 상대 차에 대한 양보와 배려를 전달하는 의미도 있겠지만 본래 의미는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차안에 아이가 있으니 먼저 구조해 달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시작 됐다고 한다.

즉 차량에서 발생하는 위급상황에서 아이의 존재를 알리는 의도로 제작 된 것이니 만큼 사고 시 파손되기 쉬운 자동차 유리 보다는 차체에 붙이는게 유용하다.

이런 의미야 어찌 되었건 정말 소중한 아기가 타고 있다면 무엇보다 안전운전을 실천해야 하겠지만 아기가 차에 타고 있든 없든 양보와 배려운전이 교통안전의 첫 걸음임은 분명하다.

그날 예상보다 목적지에 늦게 도착 했지만 지친 심신을 이끌며 열심히 아이들을 따라다닌 나는 모처럼 멋진 남편과 아빠가 될 수 있었다.

/진주경찰서 경무과 경사 박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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