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제헌절에 ‘개헌론’ 또 불 지핀 국회의장
[기자수첩] 제헌절에 ‘개헌론’ 또 불 지핀 국회의장
  • 김가애 기자
  • 승인 2016.07.17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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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의장이 ‘개헌론’에 또다시 불을 지폈다.

정 의장은 17일 국회에서 열린 68주년 제헌절 경축사에서 “새로운 헌법질서를 통해 낡은 국가시스템을 혁신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충분히 조성돼 있다”며 “늦어도 70주년 제헌절 이전에는 새로운 헌법이 공포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0대 국회는 문을 열자마자 정 의장을 필두로 여야 할 것 없이 앞다퉈 ‘개헌’에 대한 의견을 쏟아냈다.

정 의장의 발언은 정의화·강창희·김형오 등 역대 국회의장이 끊임없이 제기해 온 개헌론의 연장선상이었다.

물론 개헌의 구체적인 방향과 범위, 시기 등의 의견은 제각각이다. 개헌은 필요성 못지않게 우리 사회가 치러야 할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대부분 역대 정권들은 개헌의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실제 개헌을 추진하지 못하고 임기를 마치기도 했다.

개헌 공론화 과정에서 국정의 주요 현안들이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결국 아무 일도 하지 못하는 국정 마비 사태가 우려되기도 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국가 백년대계를 새롭게 세워야 한다는 논의 자체를 언제까지고 인위적으로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현행 헌법은 1987년 민주화항쟁을 토대로 4당 체제가 정치적 타협을 이룬 것이다. 내년이면 ‘1987년 체제’가 30년을 맞게 된다.

그 사이 숱하게 등장한 새로운 국민의 삶의 조건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30년의 변화를 1987년 헌법이 감당하는 것은 당연히 어불성설이다. 수명이 다한 것이다.

정 의장은 제헌절 경축사에서 “현행 헌법은 30년이란 세월이 흐르면서 ‘철 지난 옷’ 처럼 사회변화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헌법은 국가운영 원리와 국민 기본권 보장에 관한 근본 규범으로, 이를 바꾸는 것은 그만큼 엄중하다. 무엇보다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국민 다수가 동의하면 개헌을 마냥 미룰 일은 아니다. 다만 개헌이 권력구조 개편에만 방점을 찍어서는 안 된다.

권력구조 개편 외에 국민주권, 지방자치, 지방분권이 실질적으로 진전될 수 있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

개헌 논의에도 엄연한 골든타임이 있다. 우리 국민은 성숙한 민주주의를 체험했다. 정치권이 경제와 민생이라는 당면 국정 현안을 제쳐놓고 개헌에 몰두한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급변하는 시대에 맞춰 가장 효율적인 국가 시스템에 대한 고민이 더이상 미뤄져서는 안 된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ga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