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 밖 세상] 부산경찰·여고생 성관계 사건의 민낯
[렌즈 밖 세상] 부산경찰·여고생 성관계 사건의 민낯
  • 신아일보
  • 승인 2016.06.2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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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태 부산취재본부장

 
경찰의 기강해이가 도를 넘었다. 일련의 사건에 대한 안이한 태도는 가히 상식 밖의 수준이다.

‘민중의 지팡이’라는 말은 그야말로 무색하기만 하다. 내부 문제를 쉬쉬하며 덮기 바쁜 경찰의 모습에 온 국민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학교전담 경찰관이 자신이 상담을 맡았던 여학생과 성관계를 맺었다는 소식은 가히 충격적이다.

부산 사하경찰서 A 경장(34)은 이달 초 자신의 관리 대상이던 여고생과 차 안에서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

해당 학생은 지난 7일 이 사실을 학교에 알렸고, 해당 학교 교사는 사하서 여자 경찰관에게 이를 알렸으며 A 경장은 9일 사표를 제출했다.

같은 지역 연제경찰서 B 경장(31)은 1년 전부터 알고 지냈던 여고생과 지난 4월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고, 그 이후 해당 학생이 다니는 학교 학부모들 사이에서 소문이 퍼지면서 문제가 불거진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학생의 상담을 맡은 상담기관에서 지난달 23일 연제서에 이 부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B 경장은 지난달 10일 사표를 제출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부산의 두 경찰서가 이들 경찰관들로부터 사표를 받고도 이 같은 비위 사실을 부산경찰청에는 정식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부산경찰청 역시 개인신상을 이유로 사표를 받는 것으로 무마하고 사건을 은폐하기 급급했다.

결과적으로 해당 경찰관은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고 퇴직금까지 모두 받아 나갈 수 있었다.

여기에 가장 윗선인 경찰청 역시 이런 사실을 사전에 파악했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강신명 경찰청장의 책임론 역시 불거지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전 경찰 간부인 장신중 전 총경이 SNS에 이에 대한 내용을 올리면서 백일하에 드러났다.

장 전 총경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잘못된 경찰조직을 제대로 바꾸고 싶어 하던 젊은 경찰관들이 내게 이 사실을 알렸다”고 밝히며 “내부 조직의 곪은 걸 터트리느냐 마느냐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젊은 경찰관들마저 본인들이 몸담고 있는 조직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은 이미 경찰 내부조직이 곪을 대로 곪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사건을 두고 학부모를 비롯한 많은 국민들은 ‘경찰 공권력의 배신’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청소년의 안전 책무를 짊어진 학교전담경찰관이 여고생과 성관계를 맺은 것 자체가 비상식적이고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고등학생 딸을 둔 학부모들은 “경찰이 시행하고 있는 학교전담경찰관을 믿지 못하면 누구를 믿어야 하느냐”고 하소연한다.

또 “해당 경찰 2명 모두 현재 사표가 처리된 상태라 사실상 강제 조사나 처벌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경찰의 설명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건의 실체를 밝혀 학교전담경찰관 제도의 문제점을 전반적으로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이기보다 공권력을 가진 경찰이 결국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 밖에 학교전담경찰관 제도와 관련, 과연 정말 효율성이 있고 전문성을 갖추고 운영이 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경찰에 아이들의 교육학, 심리학을 가르칠 만한 자격을 갖출 만한 인력이 없으니 그냥 잘생기고 예쁜 경찰관을 뽑는 등 그저 경찰 행정 홍보를 위한 ‘보여주기’식 제도라는 비판마저 나온다.

경찰 조직은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쇄신 없이 국민들로부터 신임을 다시 얻을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

우선 이번 사건에 대해 경찰관과 보호대상 여학생 간의 성관계 경위에 대한 실체적 진실과 함께, 보고 누락 경위와 그 책임 소재 등 철저한 진상파악이 필요하다.

또한 경찰 내부에 다른 추문이 없었는지 전수 조사를 실시하고 실태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학교전담경찰관 제도의 경우 남자 학교는 남자 경찰이, 여학교는 여자 경찰이 전담하는 방안을 비롯해 전문성 제고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을 도와줘야 할 경찰이 외려 방해가 되서는 안 된다.

가장 청렴해야 할 경찰의 공직기강이 바로 설 수 있도록 당국은 철저한 모니터링과 관심을 기울이기 바란다. 

/김삼태 부산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