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브렉시트와 도널드 트럼프
[칼럼] 브렉시트와 도널드 트럼프
  • 신아일보
  • 승인 2016.06.26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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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만 부국장

 
“유럽 각 국가들이 다른 언어와 역사, 문화적 이질감도 큰데 무리하게 통합해 EU(유럽연합)라는 초 국가를 만들려는 것은 현 시대에 가장 어리석은 행동이다”

1980년대 철의 여인 마가렛 대처 전 영국 총리가 EU가 결국에는 눈물을 흘리며 파국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한 것이 현실화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4일 영국 국민투표 결과 EU를 탈퇴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1973년 EU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한 지 43년 만이다.

당초 잔류 쪽으로 결론날 것으로 기대해 온 만큼 그 충격은 더욱 컸다.

우리에게도 발등의 불이다. 당장 한국-EU FTA에 큰 변화가 올 수 있다.

석유화학제품 등의 국내 수출 품목들에 0% 관세를 적용받고 있는데 이번 브렉시트로 영국에 수출을 할 때 관세가 부과돼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것은 뻔하다.

특히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 한 외국인 자금 중에서 미국에 이어 영국의 비중이 두번째로 높은데 증시에서 급격한 자금유출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세계 경제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정돼 있는 달러가 강세를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외 금융시장 혼돈으로 안전자산을 선호하게 되면서 금값이 크게 상승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충격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 놓고 있다.

일시적으로 주가 하락과 원화 환율 폭등 등으로 소비가 위축될 수 있지만 엔화 가치 폭등으로 일본 제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돼 장기적으로 보면 수출에 그다지 나쁜 영향을 미칠 것 같지 않다고 보고 있다.

미국 금리도 브렉시트로 인상 시기를 늦출 가능성 있기 때문에 우리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브렉시트의 현실화는 사실상 EU 해체의 위기를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이 영국처럼 EU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시행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도미노 처럼 EU탈퇴로 이어질지는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세계적 위기임은 틀림없다.

영국 국민들이 EU 탈퇴를 선택한 이유는 물밑듯 들어오는 이민자와 난민을 억제하고 주권을 되찾자는 것이 주된 이유이지만 새로운 국수주의의 발로인 셈이다.

이번 브렉시트는 미국 공화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와 그 맥을 같이 하고 있어 주목된다.

트럼프는 히스패닉, 무슬림에 대한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논란을 불러 일으켰지만, 지지율은 오히려 올랐다.

그의 성공은 기성정치에 대한 불만이 발현된 것으로 보고 있지만, 경제와 외교분야에서의 국수주의적인 입장이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는 영국 EU 탈퇴에 대해 “영국은 스스로 나라를 되찾았다”며 “위대한 결정으로, 정말 멋진 일이다”고 말하며 적극 지지의사를 표명했다.

이번 영국의 EU탈퇴 결정으로 경제와 금융 충격보다는 자유경제질서에 더 큰 영향을 미칠 포퓰리즘에 대한 우려가 크다

미국 대선에서도 브렉시트와 같이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깜짝 이변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신자유주의 퇴보와 함께 세계적으로 극우 세력이 득세할 가능성이 커졌다. 흐름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북핵 등 풀어야 문제가 산적하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섣부른 근시안적인 정책을 내놓기 보다는 광의적이면서도 장기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번 브렉시트가 우리에게 해가될지 득이될지는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어려운 상황에도 돌파구는 있다. ‘위기는 곧 기회다’라는 말이 있지 않는가. 

/김용만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