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박유천은 반성하고, 언론은 자중하라
[기자수첩] 박유천은 반성하고, 언론은 자중하라
  • 전호정 기자
  • 승인 2016.06.15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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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JYJ의 멤버이자 배우 박유천이 연일 포털사이트에서 검색어 순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성실히 군복무를 하고 있어야 할 그가 언론의 뭇매를 맞고 네티즌들로부터 쏟아지는 비난을 듣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성폭행 의혹' 때문이다.

동방신기로 한류스타 대열에 합류하고, JYJ와 배우 생활로 탄탄한 팬덤을 형성한 박유천은 그간 매우 깔끔하면서도 성실한 이미지를 구축해 왔다.

하지만 그런 그였기에 많은 사람들은 이번 사건에 더욱 큰 충격을 받고 비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12년 동안의 공든 탑이 한 순간에 무너진 것이다.

박유천 측은 이와 관련해 무혐의에 대한 확신을 갖고 차후 경찰 조사나 법적 절차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만을 밝히고 있다.

어디에도 박유천 측에서 이번 논란에 대해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힌 보도는 찾을 수가 없다.

사실 박유천은 이번 사건에 대해 반성하고 또 반성해야 한다.

군대를 대신하는 사회복무요원이라지만, 어찌됐든 군복무를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유흥업소를 방문해 성추문에 연루됐지 않았는가.

물론 병역법상 사회복무 요원은 근무지 이탈 등에 대해선 제재가 가해지지만 퇴근 후 음주 또는 유흥업소 출입 금지 규정은 없다.

하지만 한류스타인 그가 사회에 큰 논란을 일으키고 물의를 빚은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사실이다. 성폭행 혐의에 대한 사실관계 여부를 떠나 공인으로서의 올바른 행실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이에 논란이 확산된 현재까지도 박유천이나 그의 소속사 측에서 어떠한 사과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사건에 대한 자신감이 아닌 올바르지 못한 대처 방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편, 언론 역시 이번 사건을 대하는 태도가 다소 과하지 않는가 생각해볼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박유천이 성폭행 혐의로 피소됐다는 보도가 나간 직후부터 수많은 언론들은 그의 소식을 그야말로 쏟아내고 있다.

심지어 지난 14일 늦은 오후, 공정하면서도 정확한 뉴스를 전달해야할 언론사들은 갑작스런 A씨의 고소 취하 소식에 오락가락 하는 모습을 보였다.

진위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일부 언론에서는 "고소 취하가 맞다"는 입장을, 또 다른 일부 언론들은 "고소 취하는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동시간대에 보도하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언론사들은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무조건 단순 속보식으로 포털에 기사를 노출시켜 이를 접하는 이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뉴스를 신속하게 전달하는 것은 언론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하지만 보도경쟁에 치우쳐 속보에만 매달리다보면 오보를 무더기로 보도해 물의를 빚을 수도 있다.

그나마 이후 박유천의 성폭행을 주장했던 20대 여성이 "강제성이 없는 성관계였다"며 고소를 취하한 일이 15일 사실로 확인되면서 박유천은 성폭행 혐의를 일부 벗게 됐다.

다만, 성폭행 사건은 친고죄가 아니어서 신고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처벌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경찰은 정확한 사건 경위를 확인할 방침이다.

언론의 문제는 또 있다. 경찰의 수사가 끝나기도 전에 박유천의 명예와 이미지는 밑도 끝이 없이 실추됐다. 이는 일방적인 주장과 갖은 억측, 풍문 등을 '퍼나르기' 바빴던 언론이 한몫을 했기 때문이다.

이미 사건 당일에 찍었다는 박유천과 일행들의 사진은 물론, 사건 당일의 정황에 대한 일방적인 주장, 고소한 여성에 대한 신상, 박유천이 방문한 유흥업소의 화대 등 근거 없는 소문들을 다룬 기사들은 각종 SNS 등을 통해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보도는 가해자로 추정되는 사람을 한 순간에 피해자로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을 언론 스스로도 각성해야만 한다.

박유천의 소속사 측은 "이번 고소 건은 경찰 수사를 통해 사건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조차 없이 한류스타란 이유로 한 매체를 통해 고소 접수 사실만을 토대로 실명 보도됐고 그날부터 범죄자로 낙인이 찍혔다"고 주장했다.

이어 "무분별한 '묻지마 사실, 아니면 말고' 형태의 여론 재판이 시작됐다. 고소장의 내용이 밝혀지지 않았는데 허위 사실과 확대 해석이 난무해 하루 만에 회복할 수 없는 이미지 실추와 명예 훼손을 당했다"고 토로했다.

 

[신아일보] 전호정 기자 jh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