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 밖 세상] 구의역 사고를 되짚어 보면서
[렌즈 밖 세상] 구의역 사고를 되짚어 보면서
  • 신아일보
  • 승인 2016.06.08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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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만 부국장

 
기관사의 꿈을 꾸던 청년,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비극적인 사고를 당한 김 모군(19)이 9일 아침 발인한다. 고인의 명복을 다시 한 번 빈다.

서울시는 지난 7일 구의역 사고에 대한 사과의 뜻을 밝히고 안전과 직결된 업무에 대해서는 직영하는 방안 추진과 함께 일명 ‘메피아’ 문제도 손보기로 하는 등 향후 대책을 내놨다.

앞서 서울메트로는 정수영 사장 직무대행이 주관하는 팀장급 이상 긴급 간부 대책회의를 소집해 임원은 물론 부서장과 팀장이 전원 사표를 내는 등 읍참마속의 결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서울메트로 사건은 거대한 사건이다. 이것은 한 사람의 인명이 단순히 희생된 사건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 그러하니 이토록 애절한 사연이 담기는 것이다. 이는 결국 정수영 사장 대행이 백번을 회의를 소집해도 막을 수 없는 사건일지도 모른다.

왜 그런가하면 이 사건에서 우리는 거대한 비리를 보고 있다. 그것은 세월호 사건에서도 우리들이 힐끗 볼 수 있었던 엄청난 두호세력이다. 아무도 이들 세력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인재가 분명한데 그 책임을 묻지 않았다고 본다.

갖가지 명분을 내세워 우리 사회는 불의가 판을 치고 있다. 김 군이 자기 생명을 깎아먹을 정도의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열악한 환경과 근무조건은 이번 사태로 개선될 것 같지 않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물론 정수영 사장 직무대행은 ‘혁명’ 수준의 조직 쇄신 방안을 지시하고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담당 간부가 책임질 것을 약속 받았다고 했다.

정 사장은 “예산이나 규정을 핑계로 업무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면 즉시 엄중 문책하고 사표를 수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메트로는 부서 이기주의로 인해 스크린도어 마스터키 관리 책임이 모호했던 것으로 진단했다. 메트로는 부서 간 책임 소재가 모호한 업무에서 사고가 나면 관련된 모든 부서에 책임을 묻고 처벌할 방침이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에 따르면 김 군은 지난달 28일 오후 구의역 승강장에서 스크린도어 정비 도중 열차에 치여 숨지기 불과 몇 분 전에 회사 동료로부터 자신이 을지로4가역 스크린도어 정비까지 맡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숨진 스크린도어 정비직원 김 군은 당일 사고가 발생했던 구의역에서만 2건의 정비를 서둘러 마치고 곧장 을지로4가역까지 쫓기듯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박봉을 받으며 우리들 젊은이들이 바로 이같은 업무에 나서고 있다는 현실이다. 이들의 업무는 특수하지 않다. 근무에 태만하지 않으면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 업무는 근로 조건이 몹시 열악하다는 점이다.

대부분은 상식을 무너뜨리는 인원 줄이기 사업경쟁으로, 두 사람이 일하는 곳에서는 예외 없이 한 사람만이 일하고 있다. 일하는 시간도 한 없이 늘어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 사람들은 천부적으로 기린아들이다. 보통 2-3인 분은 혼자서 처리한다. 그러나 이것이 사례가 돼 나머지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도 문제가 된다.

산업계 전반에 걸쳐 우리나라에 불러닥친 이같은 인원 감축 열풍은 조선해양 사태처럼 성실히 일한 근로자들이 피해를 보기 때문에 종식돼야 한다.

산업계의 이 같은 해악이 교정돼서 성실하게 일한 사람이 대접을 받는 사회가 돌아오지 않는 한 제2의, 제3의 스크린도어 사태는 막을 수가 없다고 감히 단언한다.  

/김용만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