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 밖 세상] 강남역 묻지마 살인 ‘여자 대 남자’ 프레임으로 봐선 안된다
[렌즈 밖 세상] 강남역 묻지마 살인 ‘여자 대 남자’ 프레임으로 봐선 안된다
  • 신아일보
  • 승인 2016.05.23 16:32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아라 편집국 팀장

 
# 한 여자가 죽었다. 꽃보다 아름다운 23살. 그녀는 남자친구와 함께 데이트를 즐기던 도중, 화장실에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먼 길을 떠났다.

# 한 남자가 있었다. 한 때는 목사를 꿈꾸던 34살. 그는 몇년전부터 여자들이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것을 복수하기 위해 생면부지의 한 여성을 죽였다.

이것이 이번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의 팩트다. 그런데 사건이 발생한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이 때 사건의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

이번 사건이 왜 남자 대 여자 싸움으로 번졌는지 한참을 검색해봤다.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이 뉴스를 타고 세상에 알려졌던 날, 한 여성이 자신의 SNS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나 역시 여자이기에 한점의 의심없이 그 글을 읽어내려갔다. 그런데 그 글을 읽은 남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모든 남자를 범죄자로 취급한 듯한 어느 한 부분에서 남자들은 화가 났다.

이번에는 남자들이 그 여성의 글에 조목조목 반박해 둔 글을 찾아 읽었다.

내가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한마디 한마디 틀린 거 없이 정리해둔 글을 읽고 비로소 남자 대 여자의 싸움이 왜 일어났는지 알게 됐다.

그것은 바로 본질을 흐렸기 때문이다. 이 사건의 범인과 이 세상 모든 남자들이 같다고 생각하면 문제는 빠져나올 수 없는 큰 수렁에 빠지게 된다.

물론 그 여성이 그런 늬앙스로 글을 올린것은 아니다. 누가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게 글이다.

이번 사건의 범인은 당연히 용서받지 못할 극악무도한 중범죄를 저질렀음이 분명하다.

그가 여자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아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결과적 행동을 보면 얼마나 어리석은 사람이었는지, 왜 여자들이 그를 무시했는지 알 것 같다.

나도 여자로써, 또한 딸을 가진 엄마로써 이번 사건은 무척이나 무섭고 소름돋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한 남자의 어리석은 행동이 불러온 이번 사건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아파하고 있고, 눈물 흘리고 있다.

이번 일에 대한 수사결과가 나올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탄식을 쏟아내는 것은 단순한 정신질환으로 치부해 그의 죗값이 조금이라도 가벼워질까를 염려하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여성혐오는 어제오늘의 문제만은 아니다. 이를테면 온라인뉴스나 SNS만 봐도 ‘김치녀’라는 단어로 여성들을 싸잡아 비하하는 초딩같은 발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 말을 쓰는 남성도 세상 모든 여자를 ‘김치녀’라고 표현하진 않을 것 아닌가.

단어 자체가 상당히 거슬리긴 하지만(수많은 단어를 두고 우리 전통음식인 김치를 그런 곳에 붙였는지 개탄스럽다) 여자가 봐도 ‘김치녀’라는 말이 내포한 뜻을 가진 여자들이 눈에 거슬리긴 한다.

그런데 모든 여자들을 싸잡아 김치녀로 표현하는 남자들을 보면 머리 끝까지 화가 치밀 때도 있다.

다시 원점에서 보면 싸잡아 표현하는 방식이 문제됨을 알 수 있다. 세상 모든 여자가 ‘김치녀’스럽지 않듯, 세상 모든 남자가 ‘강남역 범인’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아 정말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사는 것은 너무 무서워. 남자들이 여자를 혐오해서 다 나를 죽이려고 해.”

과연 이 발언이 정상적인가? 누가봐도 피해망상 혹은 과대망상 정도로 밖에 보여지지 않는다.

강남역 피해자는 분명 여자라는 이유로 죽임을 당한 것이 맞다. 하지만 그 범인이 그 자리에 있었기에 죽임을 당한 것이다. 보통의 다른 남성이라면 그녀를 죽이지 않고, 되려 보호했을 것이다.

그녀의 죽음은 너무나도 슬프고 애통하다. 나역시 마음 속 깊이 그녀를 추모하고, 명복을 빈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남자 대 여자 싸움이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두번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엄벌을 내려 응징하는 게 먼저일 것이다.  

/고아라  편집국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