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친박은 ‘완장’ 벗고 당 재활이나 도와라
[기자수첩] 친박은 ‘완장’ 벗고 당 재활이나 도와라
  • 김가애 기자
  • 승인 2016.05.01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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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당으로 전락한 새누리당이 이번엔 원내대표 선출 문제로 시끄러운 모양새다.

총선 패배 책임을 두고 친박-비박계 간 극심한 대립 양상을 보이며 실망을 안겨주더니 이번에는 원내대표 자리를 놓고 자중지란이 벌어지고 있다.

반면 국민의당은 큰 내분 없이 박지원 의원을 새 원내대표로 합의추대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새 원내대표를 선출하는데, 10명이 넘는 인사가 경선에 몰리며 난립할 것으로 우려됐지만 일부 후보가 뜻을 접으면서 6파전으로 자연스럽게 교통정리가 됐다.

친노·친문 직계로 분류되는 후보는 없다.

그런데 유독 새누리당만 시끄럽다.

새누리당은 3일 새로운 원내대표를 선출하기로 했다. 하루라도 빨리 새 원내대표를 뽑아 내홍을 잠재우고 당을 추스르기 위함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름만으로도 친박-비박 계파 간 오해와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4선의 유기준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출마의 변을 통해 “계파 정치를 청산하고 당 아래 모두 화합할 수 있도록 내가 가장 먼저 낮추고 마음을 열겠다”고 말했다.

아이러니다.

유 의원은 본인의 탈계파 주장에도 불구하고 친박계의 멍에를 지울 수 없는 사람이다.

친박-비박 간 공천 다툼을 사과하며 지도부가 국민에게 고개 숙여 사과한 것이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친박 중의 친박인 사람이 원내대표 자리를 보고 있다.

오죽했으면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의원도 “총선이 끝나고 당내 첫 선거인데 친박과 비박을 나눠서 싸우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니 친박 후보가 나가지 말아야 한다”며 ‘친박 자숙론’을 제기했겠는가.

친박 자숙론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원내대표는 물론 당권에도 도전하지 말아야한다.

그렇지 않고서 ‘눈 가리고 아웅’하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의 움직임은 총선 공천 과정에서 보여 준 오만을 되풀이하는 듯하다.

환골탈태해야 할 새누리당이 말로만 계파정리를 운운하며 다시 원내대표 자리를 두고 다툼을 벌이는 모습에 국민은 또 한번 실망한다.

새누리당의 계파 싸움에 대한 국민의 혐호감이 어느 정도인지 선거 결과로 확인해놓고도 아직까지 그 감정싸움을 그대로 이어가는 모습 자체가 우스꽝스럽다.

지금은 변화에 맞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

당내 권력에 집착하지 않고 당을 이끌 수 있는 지도부의 등장을 기대해본다.

친박은 ‘완장’을 벗고 평당원으로 당 재활이나 돕는 게 어떻겠는가.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ga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