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 밖 세상] 모차르트를 통한 범죄 미화가 우려스럽다
[렌즈 밖 세상] 모차르트를 통한 범죄 미화가 우려스럽다
  • 신아일보
  • 승인 2016.04.20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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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성 기자

 
물의를 빚은 연예인들의 복귀를 놓고 또 다시 인터넷 세상이 뜨거워졌다.

온라인상에서는 음주운전, 폭행, 병역비리, 마약, 성폭력 등의 전과가 있는 연예인들이 복귀할 때마다 매번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 때마다 연예인들의 ‘죄목’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곤 하는데 그중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이 성범죄이다.

7년 전 성범죄로 세상을 발칵 뒤집은 가수 이수가 뮤지컬 ‘모차르트!’를 통해 재기를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반응은 냉담하다.

연예인 복귀 마케팅으로 그간 ‘신의 한 수’ 캐스팅을 선보여 온 EMK뮤지컬컴퍼니의 전략이 빛을 발하는 듯 이수는 그야말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앞서 이수는 지난 2009년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이에 방송활동을 중단하고 자숙했다. 이후 이수는 방송활동은 하지 않고 음악 활동과 콘서트 등으로 팬들을 만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그가 뮤지컬 작품에 출연한다고 하니 온라인 서명운동과 해당 뮤지컬에 대한 보이콧 움직임이 나타난 것은 당연했다.

뮤지컬 팬들은 TV보다 대중의 관심이 적은 무대가 만만하냐며 항의를 하고 있다. 특히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상징하는 ‘아마데’ 캐릭터로 아역 배우가 등장하는데, 이수가 해당 아역과 함께 등장하는 자체가 불편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한국에서 이수의 출연이 논란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접한 비엔나 극장 협회(VBW) 측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고, 이수의 소속사와 EMK뮤지컬컴퍼니는 이수의 출연 여부를 두고 다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물의를 빚은 연예인이 뮤지컬 무대를 통해 복귀를 시도하는 건 대중의 심리적인 저항감이 적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이수가 출연하는 뮤지컬 ‘모차르트!’의 경우만 봐도 이수를 제외하더라도 세 명의 배우가 같은 역을 연기한다.

또한 채널을 돌리다 누구나 볼 수 있고 보다 많은 이들에게 공개적으로 보여지는 방송과 달리 뮤지컬은 10만원을 호가하는 티켓을 유료 구매해야 한다.

그런 탓에 관객들은 이수의 무대를 선택해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수가 이대로 뮤지컬을 강행한다면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 노이즈 마케팅이 결국 성공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물론 연예인들도 생업을 유지해나가야 하기 때문에 복귀를 시도하는 건 이해가 간다. 그렇지만 따지고 보면 이수가 음악활동 자체를 못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 남자의 무대를 향한 염원이 이토록 문화계를 시끄럽게 해야 할 일인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혹여나 공연 중 이수에 대한 악감정으로 무대 자체를 망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까 염려스러운 부분도 있다.

만약에라도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그 공연 하나를 만들기 위해 피땀 흘린 제작자들과 전 스태프, 전체 배우들, 담당 감독들, 그 공연을 보러 온 배우들의 지인들과 가족들, 돈을 지불한 관객들은 모두가 이수라는 한 사람으로 인해 피해를 받게 된다.

한 사람의 강력한 의지가 많은 이들에게 논란과 실망감과 노여움만을 안긴다면 그것은 의지가 아닌 치기가 아닐까.

이미 지난해 MBC TV ‘일요일 일요일 밤에-나는 가수다’ 시즌 3 출연 무산으로 느낀 바가 많을 텐데도 논란의 중심에 스스로 올라섰다니 그의 행보가 안타깝다.

뮤지컬의 배우는 자신이 맡은 인물의 삶을 노래하고 연기해야 한다. 본인은 물론 지켜보는 관객까지 그 인물에 몰입시켜야 하는 것이 사명이자 의무인 직업이다.

‘모차르트!’ 작품은 위대한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를 인간인 볼프강(성인)과 천재성인 아마데(아역)로 분리시켜 평범한 인간으로 살고자 하는 그의 욕망과 누를 수 없는 천재성의 대립을 통해 모차르트의 기구한 삶을 노래하는 작품이다.

혹여 이수의 무대를 본 이들이 이수가 저질렀던 범죄를 모차르트로 하여금 그저 한 남자의 실수로 치부해 범죄를 미화라도 한다면 아직 성숙하지 않은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부디 많은 뮤지컬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혼란과 상처를 주기보다는 본인이 자신 있는 노래만으로 지금과 같이 조용히 물의 없이 팬들과 소통해주기를 바란다. 

/이중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