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 밖 세상] ‘3개월된 영아까지’…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렌즈 밖 세상] ‘3개월된 영아까지’…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 신아일보
  • 승인 2016.03.1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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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멀다 하고 아동학대 뉴스가 판을 치고 있는 가운데 세상을 놀라게 할 만한 일이 발생했다.

10일 오전 생후 3개월 여아 학대사건 관련 기사를 접하고 떨리는 마음을 주체할 길이 없었다.

한 번 읽고 두 번 읽고, 세 번을 읽어도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내용에 ‘피가 거꾸로 솟는 뉴스’라는 글과 함께 주변 지인들이 모인 단체방에 기사 링크를 걸었다.

12명이 모여 있는 그 대화창에는 탄식만 쏟아질 뿐이었다. 각자가 충격을 느낀 부분들을 공유하며 세상이 어쩌다 이렇게까지 무서워졌는지에 대해 한참을 얘기한 끝에 그 무거운 주제의 대화는 끝이 났다.

그런데 오후 그 단체방에서 새로운 메시지가 떠 확인해 보니 오전 그 기사의 후속기사였다.

지인이 복사해 붙여 놓은 한 문단의 글귀는 가히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고 믿고 싶지 않았으며 누군가의 장난이길 바란다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기사에 따르면 김호중 응급의학과 교수는 브리핑에서 “여아는 어깨뼈와 우측 팔 골절뿐만 아니라 복부 수 곳에 멍 자국이 관측됐다”며 “성기에서도 피멍자국과 성폭행이 의심되는 상처가 있었다”고 말했다.

오전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며 경찰에 신고한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의사가 상황 브리핑을 하면서 말한 내용이었다.

3개월 아이를 침대에서 떨어뜨린 채 방치하다가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내용만으로도 능지처참해야 한다는 생각이 주를 이뤘는데 성폭행이라니….

상식적으로 3개월 정도의 영아라면 태어난 지 100일도 안 된 작은 아이로 몸무게는 7kg 남짓이다.

목을 간신히 가누며 혼자 힘으로는 뒤집을 수도 없는 작고 작은 아이에게 무슨 짓을 했단 말인가.

아직 경찰의 공식적인 입장발표나 국과수 부검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전문가적인 소견이 그렇다하면 적어도 성적인 학대정도는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 부부를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는 경기도 부천 오정경찰서에 따르면 아이 아버지라는 사람은 지난 9일 오전 2시쯤 부천시 오정구 자택서 엄마가 잠든 사이 침대에서 울고 있는 딸을 안으려다가 방바닥에 떨어뜨렸다.

이 과정에서 딸의 입에서 피가 나고 턱 부위가 다친 것을 알면서도 분유병을 입에 물리고 배 부위를 폭행해 딸이 조용해지자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천인공노(天人共怒)할 일이다. 아무리 철없는 부모라 해도 사람으로서 하면 안 될 일들이 벌어졌다.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세상이 갑자기 무서울 만큼이나 각박하게 느껴진다. 우리가 어렸을 때 배웠던 충효사상은 이제 단순한 사자성어가 된 것인가. 부모를 섬기고 자식을 사랑하는 유교적 사상은 옛말처럼 무색하게 느껴지곤 한다.

물론 99%의 사람은 지극히 정상적이며 평범하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들리는 1% 사건에 요즘은 넋을 놓곤 한다.

자식이나 부모를 죽여서 암매장한다거나 가둬두고 굶긴다거나 죽을 때까지 때린다거나 계모가 산 속에 아이를 버린 이 모든 사건이 영화나 드라마가 아닌 3개월 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것이다.

보통 이런 일들을 접할 때 우리는 ‘세상 말세다’라는 말을 쓰곤 한다. 오늘 내가 접한 이 사건은 올해 들어 가장 충격적이며 놀랍고 개탄스럽다. 부검 결과 부디 사실이 아니길, 부모로서 아니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남아있길 바랄 뿐이다.

또한 더 이상 이런 중범죄에 대해 ‘음주로 인한, 마약으로 인한, 우울증으로 인한, 심신미약으로 인한’ 등의 이유로 법의 잣대가 흔들리지 않길 바란다.

국민들의 분노만 자아내는 어설픈 몇 년 형이 아닌 아동학대와 관련한 철저한 대응책을 마련해 본보기를 보여야 할 것이다. 

/오세광 국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