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 밖 세상]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왜 UN이 감싸나
[렌즈 밖 세상]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왜 UN이 감싸나
  • 신아일보
  • 승인 2016.03.09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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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었다. 세계 여성의 날은 매년 3월8일, 여성의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업적을 범세계적으로 기리는 날이다.

우리나라는 1920년 일제 강점기에 자유주의 계열과 사회주의 계열이 각각 여성의 날 기념 행사를 시작하면서 정착했으나 해방 이후 정권의 탄압을 받아 소수에 의해서만 치러지는 작은 행사로 축소됐다.

이후 1985년 3월8일 비로소 세계 여성의 날을 공개적으로 기념하며 오늘에까지 이르렀다.

그런데 이 시대 우리나라의 가장 아픈 여성들은 왜 우리 정부가 아닌 UN이 나서 보호해야만 하는가.

UN 여성차별위원회원회는 지난 7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의 유럽 UN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일 합의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해결됐다고 볼 수 없다"면서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공식 사죄와 배상을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피해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의 의견조차 듣지 않은 채 한일 정부끼리 타결한 합의에 문제가 있다고 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서 공개 지적에 나선 상황인 것이다.

일본은 UN이 이날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대응에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수용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일본의 도를 넘는 경거망동이야 하루 이틀이 아니니 대응할 가치도 없다고 치자.

하지만 한국 정부도 UN이 '희생자 중심의 접근 방식을 채택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데 대해 피해자들과 사전에 교감이나 대화가 전혀 없었으면서도 "피해자 및 피해자 단체가 요구해 온 핵심사항을 최대한 반영했다"는 주장을 내놨다.

국제기구의 비판과 일본 정부의 불성실한 태도 속에 위안부 합의를 성과로 내세우고 있는 한국 정부의 선택은 '모르쇠 행정'인 것일까.

그렇다면 피해 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청에서는 뉴욕시의회의 로리 컴보 여성인권위원장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입장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참석해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 간 합의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그것은 합의가 아닙니다"라는 뜻을 밝혔다.

이날 워싱턴D.C.에 도착한 길원옥 할머니도 기자회견에서 "아직 살아있는 사람(피해자)이 몇 없지만, (한일 정부 당국이) 한번쯤은 (피해자들을) 방문해서 소견을 들었어야 했다"며 "당신네끼리 앉아서 몇 마디 주고받다가 합의한다는 건 말도 안된다"고 목청을 높였다.

구순(九旬)을 앞둔 할머니들이 왜 머나먼 미국까지 건너가 도움의 손길을 요청해야만 하는 것인지 우리는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할머니들이 머나먼 타국 땅까지 내몰리고 있을 때 정부는 어떠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기는 한 것인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이들이 누구인가. 일제강점기 끌려간 20만 명 우리 소녀들 가운데 살아남은 역사적인 산 증인이다.

일본으로부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한 적합한 공식 사과와 법적 배상을 이끌어 내기 전까지 과연 우리가 어떤 여성을 기념할 수 있다는 말인가.

국제적으로도 일본군 위안부의 실상을 주목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더 이상 손 놓고 있지 말아야 한다.

부끄러워 손, 발이 오그라든다는 요즘 젊은이들의 말이 딱 이럴 때 쓰는 말인 듯싶다.

/강송수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