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종인발 ‘야권통합 폭탄’, 결국 ‘안철수 흔들기?’
[기자수첩] 김종인발 ‘야권통합 폭탄’, 결국 ‘안철수 흔들기?’
  • 김가애 기자
  • 승인 2016.03.0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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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 ‘4·13 총선 승리를 위해 야권이 단합해야 한다’며 손을 내밀었다.

지난달 “야권통합이 현실화되기는 어렵다”던 그가 급 노선을 바꿔 필리버스터 정국이 끝나자마자 ‘야권통합’이라는 폭탄을 던진 것이다. 일단 불발탄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국민의당이 지도부 간 의견이 갈리며 흔들렸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당내 정리부터 하라”며 확실하게 선을 그은 반면 천정배 상임공동대표와 김한길 선대위원장은 야권통합에 대해 논의의 여지를 남기는 모습을 보였다.

당 내에서는 통합이 아니라면 연대라도 해야 한다는 현실론까지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당 지도부 간 불협화음은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던 중 6일 안 대표는 “원칙 없이 뭉치기만 해서는 더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며 공식적으로 김 대표의 제안을 거절했다. 수도권 연대 역시도 선을 그었다.

안 대표의 입장에서 야권통합은 ‘힘빼기’밖에 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얻었던 모양이다.

안 대표 등이 친노 패권주의를 비판하며 딴살림을 차린 지 한 달밖에 안 됐고 양당 모두 공천작업 중이다.

기껏 창당까지 했는데 야권통합이 되면 존재감을 잃게 되고 난감한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더민주에 흡수되는 결론이 나온다면 정치인 안철수의 존재감은 더욱 더 미비해질 것이다. 사실상 정치생명이 끝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인지 안 대표는 김 대표의 제안에 “국민의당에 대한 비겁한 정치공작이고 공격이다. 한 손에 칼을 들고 악수를 청하는 것은 명백한 협박과 회유”라고 맹비난했다.

야권통합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해도 국민의당 분열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김 대표의 야권통합 폭탄은 결론적으로 ‘안철수 흔들기’였고, 신의 한 수였다는 목소리가 높다.

어쩌면 김 대표는 야권통합이라는 그럴듯한 명목 하에 안철수를 뒤흔드는 회심의 일격을 가한 것으로도 보인다.

제20대 총선이 40여 일도 채 남지 않았다. 어쩌면 이 같은 시점에서 ‘야권통합’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할 수도 있겠다.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로 치러질 이번 20대 총선에 대한 야권의 정치적 위기감은 충분히 공감된다.

김 대표의 야권 통합 제의가 선거를 책임진 사령탑의 자구책으로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민의당은 야당의 텃밭인 호남을 두고 더민주와 본선 준비 중이다.

공통분모를 갖고있는 양당의 양보 없는 전쟁은 야권 입장에서 불필요한 자원낭비인 셈이다.

김 대표의 ‘안철수 흔들기’는 어쩌면 이제 시작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국민들은 선거철 이합집산 구태는 더는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선거만을 위한 공학적 결합은 정치불신만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야권 지도자들이 국민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조기에 명확히 정리해야 한다.

정체성을 뒤로 내팽개친 야권 통합은 국민에 대한 기만일 뿐이다.

선거전 당을 뗐다 붙였다 하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결국 국민의 불신밖에 없고 분노에 불을 지피는 꼴밖에는 되지 않는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ga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