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필리버스터 정국을 보면서
[칼럼] 필리버스터 정국을 보면서
  • 신아일보
  • 승인 2016.03.01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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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귀 총괄본부장

 
19대 국회가 필리버스터 국회로 대미를 장식할 것 같다.

19대 국회에 대해 대부분의 국민들은 ‘최악의 국회’ 또는 ‘식물국회’로 폄하하고 있고 이번의 필리버스터정국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이 만만치 않다고 본다.

그러나 언론은 비록 국민들이 싫어한다 해도 진실은 알려야할 사명이 있으며 소수의견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필리버스터 국회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책상을 치면서 “통탄을 금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고 이에 대해 문재인 더불어 민주당 전 대표는 “책상칠 일이 아니다”라고 응수하면서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을 말하면 이번 필리버스터 정국은 박근혜 대통령이 불러온 것이라는 점을 국민들은 기억해야 한다. 박근혜대통령이 주도해서 이 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신경민 의원은 필리버스터로 나서서 “필리버스터는 새누리당의 19대 총선 공약이고, 당 홈페이지 공약집에 나와 있다”고 밝혀 새누리당 홈페이지 마비사태로 이어졌다고 한다.

국회가 ‘식물국회’가 된 것도 박근혜 대통령이 주도해서 ‘국회선진화 법’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법에 따라 야당과 합의가 되지 않으면 어떤 법안도 국회를 통과하기가 힘들게 됐기 때문이다.

국회 선진화법은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이 법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고 새누리당은 2012년 5월 2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선진화 법을 통과시켰다.

박근혜 대통령은 법안을 제때에 통과시키지 않는다고 맹비난을 퍼붓고 국회를 ‘식물국회’라고 폄하하고 있지만 정작 국회를 이렇게 만든 것은 스스로 국회 선진화법의 입법 주도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자가당착이라고 볼 수 있다.

어찌됐건 19대국회의 필리버스터 정국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새로운 기록과 국회의 권능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새로운 국면이라고 보여진다.

대통령과 여당이 전력을 다해 통과시키려는 테러방지법이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에도 불구하고 일주일 넘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더불어 민주당 전 대표는 “테러위협이 더 강해졌으니 테러방지체계를 더 강화하자는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면서 “하지만 그것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면,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이 국회의 책무이고, 특히 야당이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견해가 야권의 인식이고 그래서 필리버스터 국회가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이번 필리버스터 정국에 대한 한국 언론의 관심은 남의 나라 얘기처럼 각박하다고 보여진다.

미국의 LA타임스를 시작으로 ABC, NBC, 폭스뉴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일본의 아사히 신문, 영국 데일리메일 호주의 선 등이 한국의 야당이 왜 테러방지법에 반대하는가를 자세히 전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AP통신은 필리버스터의 최장 기록은 지난 2011년 캐나다 새 민주당(NDP)의 58시간이었다면서 “한국 야당이 세계 역사상 최장의 필리버스터 기록을 수립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AP는 그러면서 “야당은 정보기관의 민간인 사찰을 막을 충분한 대책이 없다는 이유로 반대한다”면서 “한국의 정보기관은 과거 정치에 개입한 역사가 있다.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정보기관을 이끌었던 수장은 약 1800명에 이르는 정치인과 민간인, 언론인을 사찰한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고 지적했다.

국내 언론의 외면에도 불구하고 이번 필리버스터 정국은 국회가 법률에 따라 맡은바 사명을 다했다는 점과 국민들로 하여금 ‘테러방지법’의 내용을 상세히 알 수 있도록 하는데 기여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새로운 정치 환경의 선례를 남겼다는 것에도 큰 의미가 있다.

1일 더불어 민주당이 일주일 넘게 이어가던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중단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여론의 역풍을 우려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도 있다.

필리버스터가 잠자던 시민들의 정치 본능을 일깨우는 자극제가 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여야는 이번을 계기로 좀더 발전된 정치를 보여주기 바란다.

20대 국회에서는 국민들에게 정치다운 정치를 보여 준다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

/김부귀 총괄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