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행복한 공무원이 되고 싶다
[독자투고] 행복한 공무원이 되고 싶다
  • 신아일보
  • 승인 2016.01.18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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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동두천시청 류하나

 
사회복지공무원으로서 경기도 동두천시 소요동에 발령 받은 지 벌써 1년 6개월이 지나간다.

소요동 주민센터에 처음 왔을 때 동장님께서 업무를 함에 있어서 즐거움과 재미를 찾는 것은 나의 몫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동장님 말씀처럼 재미를 찾으며 아직까지는 잘 해내고 있다.

처음에는 잠도 못자고 밥을 먹어도 소화가 안 될 정도로 낯설고 모든 업무가 어렵기만 했었는데 지금은 가족 같은 직원들과 낯익은 민원인들을 볼 때 어느새 시간이 많이 흘렀음을 느낀다.

아는 민원인이 오시면 이름부터 불러드리고 인사를 먼저 드리면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알게 되었다.

처음 면접시험을 볼 때 어떤 공무원이 되고 싶은지 질문을 받았을 때 진정으로 복지대상자의 입장에서서 그들의 소리를 듣고 도움을 주는 공무원이 되고 싶다고 자신 있게 말을 했었다.

뒤돌아보면 나름대로 복지대상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려 노력했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소요동은 지역인구의 약 22%가 65세 이상인 초 고령지역으로 노인인구가 많은 지역이다.

어르신들을 보며 우리 엄마, 아버지 생각이 나서 더 가깝게 다가가고 잘 못 알아들으셔도 친절하게 응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우리 부모님도 동네 주민 센터에 가시면 너무나 불친절한 공무원들 때문에 마음이 상하셨지만 딸이 주민 센터에 근무하니 큰소리한번 내지 못하고 나오시곤 한다는 말씀이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르신들과 통화를 할 때 못 알아들으시면 내 목소리에 짜증이 느껴진다.

어느 순간 익숙해진 듯 무심하게 민원인을 응대하는 내 자신이 된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소외되고 상처받은 마음들이 다시금 나로 인하여 상처를 받고 가는 일은 없었는지 반성해본다.

소요동에 와서 가장 어려웠던 일은 묘지개장업무였다.

특히 윤달이 낀 2014년에는 묘지개장신고를 하루에도 몇 건씩 해야 했다. 그 중에서도 기억나는 일은 길도 나있지 않은 야산에 한 시간 넘게 올라갔던 일이었는데 땀이 비 오듯 하고 처음 보는 남자 분들과 산을 오르려니 겁도 났었고 “내가 이런 일을 하려고 공무원시험을 본 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산에서 내려와서 식사를 같이 하자는 것을 거절하고 개장신고서를 발급해드리니 여자가 하기는 어려운 일인데 너무 고맙다고 말씀 하셨을 때 내가 할 일은 바로 주민들의 일을 도와주고 내 자신의 일보다는 타인의 일을 먼저 해주는 것임을 깨달았다.

또한,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이를 데려다 너무나 사랑해주고 예쁘게 키워주시는 분이계시다. 그렇게 키워주시는 덕분에 그 아이는 전혀 구김살 없이 사랑스럽고 건강한 아이로 무럭무럭 자란다. 사랑과 정성 없이는 모든 게 불가능한 일이다.

공무원으로 내가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할 것도 아직 잘 모르고 배울 점이 많고 부족한 점이 많지만 지금까지는 내 자신을 위해서 살아온 시간이었다면 남은 시간은 남을 위해 살아야할 임무가 주어진 것 같다.

더불어 우리 소요동 주민들이 있어서 내가 여기 존재 할 수 있는 것 같다.

벌써 2016년 병신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더 자세를 낮추며 배우고 느끼며 생각한 바를 실천하는 공무원으로 주민들이 웃을 수 있는 복지공무원이 되기로 다짐해 본다.

/경기 동두천시청 류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