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를 깊이 애도하며
[사설]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를 깊이 애도하며
  • 신아일보
  • 승인 2015.11.22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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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남긴 유언 가슴에 새겨야
통합의 길·화합의 길로 나가야

대한민국 제 14대 대통령을 지낸 김영삼 전 대통령이 22일 새벽 88세를 일기로 서거했다. 삼가 깊은 애도와 함께 고인의 명복을 기원한다.

지난 200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에 이어 김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이제 한국 정치사에 이른바 ‘양김(金)시대’는 막을 내리게 됐다.

이제 김영삼·김대중 두 지도자가 우리 곁을 완전히 떠났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진다.

김 전 대통령은 누가 뭐라 해도 ‘민주화의 큰 별’이다.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신명을 바친 민주투사인 것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우리 정치사에서 군정을 종식시키고 문민시대를 연 위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전 대통령의 일생은 그야말로 파란만장했다. 만25세로 의정 사상 최연소 의원 기록을 세웠다. 대변인 2회·원내총무 5회·야당 당수 4회·여당 총재 1회·최다선·최장수 원내총무·최연소 당수·문민 대통령 등 화려한 정치 신기록을 가진 큰 정치인이다.

그러면서 화려한 그 이면에는 많은 굴곡도 있다. 유신반대·11~12대 정치규제·2년간의 가택연금·23일간의 단식 등 민주화 투쟁을 주도하면서 많은 시련도 겪었다.

남긴 업적 또한 적지 않다. 그가 남긴 가장 큰 업적은 네 가지로 요약된다. 하루 밤에 별 50개를 떨어뜨린 군(軍)사조직 ‘하나회’를 척결함으로써 군의 정치 개입을 원천 차단했다. 부동산·금융실명제를 도입해 부정한 자금의 흐름을 막았다.

공직자 재산공개를 통해 부정부패 청산과 깨끗한 정치를 구현했다. 12.12쿠데타를 일으킨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법정에 세워 군정종식과 함께 문민정치의 문을 열었다.

물론 민주정의당·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의 ‘3당합당’에 대한 논란은 있다. 나라를 누란의 위기에 처하게 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를 초래한 것이나, 차남 현철씨가 연루된 한보비리와 신한국당의 노동법 날치기 등으로 명성에 금이 간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김 전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우리 역사에 선사했던 민주화 업적은 그 무엇보다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1979년 유신시절 신민당 총재이던 김 전 대통령이 의원직에서 제명되면서 남긴 이 절규는 아직도 우리의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

바른 길로만 가겠다며 ‘대도무문’(大道無門)을 정치 좌우명으로 삼았던 김 전 대통령이 영면의 길로 접어면서 오늘 우리에게 남기 교훈은 무엇인가. 특히 ‘양김시대’의 종언은 한국정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과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첫째, 보수와 진보로 분열돼 있는 우리 사회를 통합시켜야 할 것이다. 우리 정치는 진부한 진영논리에 갇혀 대립과 반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갈등과 투쟁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래가지고서야 어떻게 당면한 위기국면을 돌파할 수 있겠는가.

심각한 경제위기·양극화·청년실업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김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다시 한 번 옷깃을 가다듬고 통합의 길, 화합의 길로 나가야 할 것이다.

둘째, 정치권의 대오각성이 이뤄져야 한다. 당리당략으로 국회의원 선거구획정도 법정시한 내에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 ‘대도무문’의 김 전 대통령의 유지를 받들어 국민과 역사를 크게 멀리 보는 큰 정치를 해야 한다.

셋째, 민주화의 최후 과정인 남북통일에 과감하게 나서야 한다. ‘산업화→민주화→남북통일’로 이어지는 시대정신을 바로 보고 지혜를 모아 한 걸음 한 걸음 나가야 할 것이다.

거듭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그가 남긴 유언 ‘통합과 화합’을 우리 모두의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