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사업가 천용수 회장 “북한은 최고의 경제 파트너”
대북사업가 천용수 회장 “북한은 최고의 경제 파트너”
  • 박재연 기자
  • 승인 2015.10.20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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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세계한인경제인대회서 조언… “가능한 액션 플랜 만들어야”
가발 사업·광산 개발로 돈 벌어… “유기농 비료·에너지 사업도 추진”
 

“북한은 우리에게 최고의 경제 파트너입니다. 통일 얘기는 나중에 합시다. 정치적으로 접근하지 말고 서로에게 절실한 경제 교류부터 먼저 해야 합니다.”

19일(현지시간) 오후 싱가포르의 센토사 리조트 컨벤션센터에서 만난 천용수 호주 코스트그룹 회장(62)의 목소리 톤은 평소보다 높았다.

이날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와 연합뉴스가 공동 개최한 제20차 세계한인경제인대회 개회식에서 참석 외빈들이 축사에서 ‘통일’을 강조하자 “말로만 그러지 말고 실제로 움직여야 미래가 있다”고 토를 달았다.

24년째 대북 사업을 하는 천 회장은 지난달 30일 방북해 평양과 개성의 9개 사업장을 둘러보고 지난 7일 서울에 도착했으며 17일 싱가포르에 날아왔다.

그는 2006∼2008년 월드옥타 제14대 회장을 지냈고 명예회장 자격으로 대회에 참가했다.

“북한은 지금 경제활동을 보장하고,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어요. 경제를 살리기 위해 ‘으쌰으쌰(영차영차)!’ 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럴 때 빨리 남북한이 경제 합작을 해서 서로 윈-윈 해야죠. 하루가 급합니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니까요. 남한은 지금 GDP 3만 달러를 앞에 두고 정체된 느낌인데, 이를 해결할 답은 북한입니다. 가장 좋은 파트너를 절대 놓쳐서는 안 됩니다.”

천 회장은 “하루가 급하다”, “지금 기회를 놓치면 또다시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터널 끝쪽에 빛이 있는데, 그곳으로 뚫고 나가야지”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또 “정부는 왜 안 움직이는 것이냐”라고 불만을 터뜨리면서 “가능하고 긍정적인 액션 플랜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다그쳤다.

그가 이처럼 조급해하는 이유는 중국 때문이다. 중국이 북한에서 무수히 많은 자원과 노동력 등을 빼내가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 유일한 한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구 때문에 안 된다”, “누가 먼저 뭘 해야 한다”고 핑계를 대며 우물쭈물할 시간이 없다고 강조한다.

“북한과 중국이 노골적으로 유착돼 경제 교류를 하는 것을 북한에서 바라만 보고 있어요. 중국 자본은 북한에 점점 더 들어가고, 갈수록 친밀해지고 있어요. 이걸 보고 있노라면 안타까움을 넘어 화가 나죠. 복잡한 것 말고, 그냥 우리에게 무엇이 절실하고 필요한지만 생각해야 합니다. 경제 교류밖에 없어요. 완벽하게 준비하고 갈 수는 없잖아요. 어쨌든 지금이 절호의 기회입니다.”

천 회장은 북한을 ‘완전한 기회의 땅’, ‘무궁무진한 시장’이라고 소개했다. 노동력이 우수해 생산성이 동남아 국가보다 높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대북 사업은 계속 확장하고 있으며, 돈도 벌고 있다”고 자랑했다.

앞으로 코스트그룹은 유기농 비료 사업, 가스 플라스마 에너지 사업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그는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평양에 업무용 건물을 지은 인물’, ‘북한 최초의 합영회사를 세운 투자가’로 꼽힌다. 1983년 호주에 이민해 선박 납품업, 자원 재활용업, 무역업 등으로 부를 쌓은 뒤 1992년 북한에 진출했다.

현재 호주에 코스트타이어, 그린리사이클링, 화장품 총판회사인 미샤, IT 회사인 액심텍 등 4개 회사를 운영하고 있고 북한에는 선봉코스트 합영회사를 두고 9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북한에서 산업용 스펀지를 만드는 폴리우레탄 공장을 운영하고, 세탁·세수·가루비누 사업 등 무역업을 한다. 또 중장비, 디젤용 오일 등을 수입해 팔고 있다. 평양, 순천, 해주, 함흥뿐만 아니라 중국 단둥에서도 북한 노동자를 고용해 가발공장도 운영한다.

5년 전부터는 북한 광산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고급 타일을 만드는 원자재를 가공·생산해 유럽과 중국에 수출하고 있다.

“재미를 보고 있어요. 투자 대비 경제 효과가 좋습니다. 24년의 노하우와 쌓인 신뢰 때문에 투자하는데 하나도 두렵지 않아요. 투자한 만큼 얻을 수 있습니다. 우리도 개성공단을 통해서 확실히 그걸 알고 있는데 더 확산을 못하고 있으니 안타까워요. 이미 검증이 됐는데 왜 진전을 못 시키는지 답답합니다. 우선순위를 잘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영원히 대립만 할 수는 없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