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아베 어리석다”
日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아베 어리석다”
  • 신혜영 기자
  • 승인 2015.07.14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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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략 명확히 반성해야… 정치적 고려 있어서는 안돼”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74·宮崎駿)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다음달 발표할 전후 70주년 담화와 관련, “침략에 대한 깊은 반성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야자키 감독은 지난 13일 도쿄 도내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진행한 외국특파원협회 소속 기자들과의 회견에서 이같이 말하고 “(침략을 반성하는데) 정치적 고려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못박았다.

그는 과거 전쟁의 역사에서 일본이 무엇을 배웠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은 하면 안 된다”며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다른 나라를 침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야자키는 이어 무기 수출 허용, 특정비밀보호법 제정 등 아베 정권의 행보가 “매우 유감스럽다”면서 아베 총리에 대해 “헌법을, (헌법) 해석을 바꿔 위대한 사나이로 역사에 남고 싶다는 생각일 테지만 어리석은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언론통제 발언 파문과 집단 자위권 법안 강행 처리 추진 등 아베 정권의 최근 행보에 대해 “원래 그 정도 수준의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권 자민당이 최근 선거에서 연승한 데 대해 “자민당이 과반의 지지를 얻은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투표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상황은 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일본인들의 역사인식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인류의 긴 역사 속에 지금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감각이 둔해졌다”며 “현재만 보고, 이대로 계속되리라는 느낌이 만연해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일본 젊은 층의 우경화에 대해 “스마트폰에서 손을 떼면 바뀔 것”이라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

아울러 현재 아베 정권이 추진 중인 집단 자위권 법안에 대해 “군사력으로 중국을 억제할 수 없다. 다른 방법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한 뒤 “그것을 위해 우리들은 평화헌법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일본의 평화헌법이 “1928년 국제연맹을 만든 부전(不戰) 조약의 정신을 계승하는 것으로 역사적으로 고립된 것이거나, 점령군에 의해 강요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미야자키 감독은 첫 장편 애니메이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1984)부터 마지막 장편 ‘바람 분다’(2013)에 이르기까지 비폭력과 생명을 중시하는 메시지를 전해왔다.

2013년 9월 체력 등을 이유로 장편 애니메이션을 더 이상 만들지 않겠다며 은퇴를 선언했지만, 단편은 기회가 되면 제작하겠단 뜻을 밝힌 바 있다.

이날 회견에서 그는 1997년 ‘원령공주’ 제작에 들어가기 전 장편으로 기획했던 ‘애벌레 보로’를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해 10분짜리 단편으로 제작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미야자키는 지난해 11월 고(故)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黑澤明)(1990년 수상) 이후 일본인으로는 두 번째로 미국 아카데미 명예상(공로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