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단지, 인프라 활용에 관심 돌려야”
“출판단지, 인프라 활용에 관심 돌려야”
  • 고아라 기자
  • 승인 2015.07.07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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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익 문체부 전문경력관, 28년 출판정책 산증인
 

파주단지·진흥법 제정·정가제 정책 거친 ‘터줏대감’
“웹툰, 출판에 활력소될 것”

1995년부터 시작된 파주출판국가산업단지 조성과 2003년 이후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제정, 도서정가제 도입과 지난해 전면 확대 시행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이 정부의 출판 정책 일선에서 역할을 해온 이가 있다.

지난 1988년 문화부 어문정책국 출판자료과에 별정직 공무원으로 들어온 뒤 문화체육부 출판진흥과와 현 문화체육관광부 출판인쇄산업과에 이르기까지 28년가량 줄곧 출판 업무를 담당해온 장현익 전문경력관(58)이다.

2017년말 정년을 맞이하는 장 전문관은 지난 출판정책 30년의 산증인으로 꼽힌다. 그 오랜 기간 그의 직급은 변동이 없이 6급이다. 정부의 별정직 규정 때문에 승진의 기회가 막혀 있었지만, 상당수 공무원들이 삶의 주요 목표로 여긴다는 ‘승진’ 없이 28년간 자리를 지켰다. 숱한 상관과 동료들이 그를 거쳐갔다.

장 전문관은 7일 인터뷰에서 긴 세월 출판정책 일선을 지켜올 수 있었던 원동력을 ‘책’과 ‘정책 사업’에서 찾았다. 그는 인터뷰 자리에 현재 읽고 있다는 ‘자연의 배신’(부키 刊)이라는 책을 굳이 들고 나왔다. 독서광들에게서 흔히 보이는 습벽이다.

“책이 없었다면 불가능했겠죠. 또 파주출판국가산업단지 조성 사업이라는 과제가 주어져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보니 자연스럽게 이 사업을 제대로 완수하고 싶다는 사명감 비슷한 것도 갖게 됐어요.”

그가 정책 업무를 본격적으로 수행하기 시작한 1990년대는 1987년 이후 출판 자유화를 거쳐 본격적으로 출판산업이 활황을 이룬 시기로 꼽힌다. 1986년 출간된 ‘태백산맥’과 1990년 출간된 ‘동의보감’, ‘먼나라 이웃나라’,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 등 몇백 만부씩 팔려나가던 책들이 발행되던 시기다.

장 전문관은 출판계가 활황기에 적극적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혜안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아쉬운 점이라고 회고했다.

“1998년 가장 규모가 큰 대형 도매상 보문당이 부도를 냈죠. 2000년에는 종로서적이 문을 닫았고요. 유통구조의 변동 탓도 있지만, 2세들이 경영을 잘못해서 자초한 측면도 있었다고 봅니다.”

현재의 대형 출판사들 또한 시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장 전문관은 경영의 전문화와 편집인의 역량 강화가 해결책이라고 말한다.

파주출판단지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출판 산업단지 조성 사례로 주목받았지만, 현재 이를 놓고 출판인들 사이엔 긍정과 부정 평가가 엇갈리는 게 냉정한 현실이다.

“출판단지는 지금도 조성중입니다. 산업자원부의 산업단지 평가에서는 우수하다는 평을 받았죠. 다만 출판사들이 모여 집적화를 이룬 만큼 생산성 면에서도 성과를 내야 하는데 그런 면이 미흡합니다. 출판단지 안에서 거래가 돼야 물류비용 등 절감이 가능한데 이런 부분에서 개선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비판적 성향의 출판인들 사이에선 “땅장사로 변질됐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일단 만들어진 인프라에 주목해야 한다고 봅니다. 거꾸로 이 같은 인프라가 없을 경우 새롭게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엄청난 비용이 새롭게 들어가겠죠.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그런 긍정적 측면에서 고민을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난해 11월 도서정가제 전면 시행은 할인 위주의 마케팅 구조를 개선해 출판문화를 정상화하고자 하는 의욕적 시도였다. 대형서점과 출판사, 지역서점들 사이의 깊은 이해관계 대립을 넘어 합의 도출과 시행에 이르게 된 데에는 정부의 조정 역할 또한 컸다.

“시장 확대보다는 균형있는 질서를 세워보자, 그런 취지를 담았던 것이죠. 이제 소비자뿐 아니라 공공분야 도서관 등 역할이 중요합니다.”

이제는 은퇴를 내다봐야 할 나이. 그러나 독서에 관한 한 그는 여전히 열정을 감추지 못하는 소년과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