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이 시대의 노인들은 외롭고 아프다
[독자투고] 이 시대의 노인들은 외롭고 아프다
  • 신아일보
  • 승인 2015.04.22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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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진 도봉구시설관리공단 이사장

 
황혼에도 열정적인 사랑을 나누었던 괴테는 노년에 관해 “노인의 삶은 ‘상실의 삶’이다.

사람은 늙어가면서 다음 다섯 가지를 상실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건강과 돈, 일과 친구 그리고 꿈을 잃게 된다”라는 말을 남겼다.

우리나라는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사회와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속도가 OECD 국가 중 가장 빠르다.

의학의 발달과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우리 국민의 평균 수명이 80세에 가까워지고 있으며, 이제 기대수명 ‘100세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지난 2000년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데 이어 2018년에는 고령사회로 들어간다.

10년 후인 2026년에는 인구 다섯 명 중 한 명이 노인이 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UN 기준을 보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 사회이다.

WHO는 고령화를 ‘조용하게, 그러면서도 가속도가 붙어 진행되는 사회혁명’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령화라는 ‘인구지진(人口地震)’이 다가오고 있다고들 말하고 있다.

단순한 인구구조의 변화만을 뜻하지 않는다.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행복지수는 OECD 34개국 중 32위이며, 노인 빈곤율 1위, 노인 자살률 또한 1위이다.

지난달 31일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2014년 노인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7명은 자녀와 동거하지 않고, 혼자 또는 배우자와 함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노인의 독거노인 비율은 23%, 노인부부 가구는 44.5%로, 독거노인 비율은 1994년 13.6%, 2004년 20.6%에서 지난해 23%로 20년 전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노인부부 가구 역시 1994년 31.7%, 2004년 34.4%에서 꾸준히 늘고 있다.

혼자 사는 가구가 늘고 있지만 경제적 어려움과 건강문제 등으로 노인의 삶의 질은 높지 않았다.

노인의 28.9%가 생활비 보충(79.3%), 용돈마련(8.6%)) 등을 위해 단순 노무직(36.6%), 농림축산어업(36.4%) 등에 종하하고 있다.

신체·정신적 건강상태도 나빴다.

만성질환율은 89.2%에 육박했고 노인의 33.1%는 우울증상 및 9.9%는 학대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노인 복지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쳐져 있다.

유엔인구기금이 각국의 노인 복지 수준을 발표한 자료를 보면 한국은 91개국 중 67위로 나타났다.

노후에 직면하는 ‘노년 4고(老年 四苦)’ 즉, 병고(病苦), 빈고(貧苦), 고독고(孤獨苦), 무위고(無爲苦) 등을 완화해주는 노인복지수준이 낮기 때문이다.

우리 도봉구의 65세 이상 노령인구는 4만6438명으로 도봉구 전체 인구 대비 13 %를 차지하며 점차 증가 추세이다. 또한 서울시 전체 노령인구 대비 비율은 12.73%로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9번째로 노령인구가 많은 지역이다.

공단 이사장으로 취임 후 노인들의 삶의 질을 향상 시키고 행복감을 충족시킬 수 있는 사회적 참여와 다양한 문화 활동을 위해 많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노인들의 생활안정을 위해 노인 일자리 사업을 추진하여 공단에서 노인들이 할 수 있는 업무들을 개발하고 공단 전체 인력의 20%를 노인 인력으로 채용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노인들의 문화·체육 활동을 위해 공단 전 문화·체육시설의 이용료를 50% 감면하고 노인 맞춤형 운동처방 서비스 실시 및 관절염 재활 수중 체조반 운영, 배드민턴장 경로코트 지정 등 노인 맞춤형 체육 프로그램을 도입하였다.

그리고 노인들의 문화욕구 충족을 위해 구민회관에서 주기별 행복 나눔 무료 콘서트 개최 및 기획 공연 초청 개최, 우수 영화 무료 상영 및 무료 공연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지역사회 공헌을 위해 공단 기술 인력을 활용하여 독거노인에 대한 무상 집수리, 도배, 수도 및 전기설비 등 무상 수리를 실시하고 가전제품 및 가구 등을 주기적으로 무상 지원하고 있으며 경노잔치 및 나눔 행사 등도 진행을 하고 있다.

이 시대의 노인들은 가난하고 외롭고 아프다.

한국전쟁의 잿더미 위에서 일생을 고달프게 일하며 경제를 일으켜 세웠지만 미처 자신들의 노년을 준비하지 못한 이 세대는 절반 가까이 ‘빈곤층’으로 전락해 있다. 이제는 노인문제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시점이 된 것 같다.

사회가 달라지고 노인환경도 달라졌으니 각 가정과 노인들 스스로 알아서 자신의 문제를 풀어나가라고 하기엔 한계가 있다.

정부는 물론 사회 각 계층의 중의를 모아 노인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효율적인 방안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 되었으며 사회적 개입이 더욱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누구나 늙지 않는 사람은 없다.  

/정규진 도봉구시설관리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