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중보건의 없는 사각지대 신음소리 커진다
[사설] 공중보건의 없는 사각지대 신음소리 커진다
  • 신아일보
  • 승인 2015.04.21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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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소 의료공백 상황은 의료정책 실패 탓
농어촌 등 공공성 강화로 의료대란 막아야

의사들이 수도권지역으로 몰리면서 농어촌 등 의료사각지대 주민들이 진료를 받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부는 그 동안 이들 의료 취약지역에 공중보건의를 배치해 이 문제를 해결해 왔으나 갈수록 공중보건의 수가 줄어들어 이마저도 차질을 빚고 있다.

공중보건의 수는 2010년 5179명에서 지난 해 3793명으로 27%인 1400명 가까이 줄었다.

공중보건의 숫자가 줄어드는 이유 중 하나는 여성 의사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의사면허 소지자 중 여성의 비율이 2010년에 35.9%인 1157명이었으나 2014년에는 40.5%(1297명)로 급증했다.

여기에 2005년부터 도입된 의학전문대학원도 자원부족 현상에 한몫했다.

지난 해 25개 의전원 신입생 1614명 가운데 44.6%가 여학생인데다 남학생도 30%가 군대에 다녀온 사람이어서 공중보건의가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농어촌 등 의료 취약지역에 온 의사도 2~3년도 안돼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 개업하거나 재취업해 의사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농어촌지역은 자녀 교육 환경이나 문화시설 등이 대도시보다 뒤져 의사들이 장기간 근무하기를 꺼린다는 것이다.

일선 보건소의 경우 의사채용 공고를 내고도 한 명의 지원자도 받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고육지책으로 이달부터 전국 50만 이상 대도시의 보건소에는 공중의를 배치하지 않기로 했으나 이 결정 역시 대도시 취약계층으로부터 거센 반발이 우려되고 있다.

경남도의 경우 창원?마산?김해 보건소 3곳과 건강증진센터 2곳이 당장 취약계층 진료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의료공백을 맞은 이 지역 인구만 연간 40여만 명에 이른다. 대부분이 보건소의 보살핌이 필요한 노인과 저소득층이다. 이들에 대한 진료예방접종, 건강검진, 결핵관리 등의 차질이 불가피하다.

대도시는 알아서 의사를 채용하라는 정부의 정책은 결국 취약계층에 대한 진료포기 정책과 다를 바 없다.

공중보건의 자원부족은 정부의 의료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공중보건의 수급이 한계에 다다르자 정부가 2013년에 공공의를 양성하는 국립의대 설립을 시도했지만 의료계의 반발로 무산 된 바 있다.

의료계가 “그렇지 않아도 의사 수가 포화상태인데 별도로 공중의를 뽑으면 의사수가 눈덩이처럼 불어 날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일본의 경우 1972년부터 47개 각 현의 자치의대에서 매년 공중의 120명을 뽑아 농어촌이나 이들의 고향에 장기 근무자로 배치해 의료공백 사태를 사전에 방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의료 인력 양성을 위한 국립의대 설립법안’이 국회에 이달 말 발의 될 예정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국립의대 입학생에게 장학금 등 혜택을 주는 대신 이들은 10년간 의료취약 지역 등에서 진료활동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의사 정원 느는 것을 결사 반대하는 의료계 반발이 커질 것이 예상 돼 입법단계까지 갈지는 미지수다.

또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정부의 의지도 강하지 못하다. 정부는 지금까지 의료계의 입장을 고려해 의대를 늘리거나 정원 상향조정에 매우 인색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다가올 의료대란에 대비하고 국민의 기본복지를 충족시키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내놔야 한다. 뭣보다 공공의료 정책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공공의를 양성하기 위한 국립?자치의대 설치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의사가 보건소를 기피하는 근본적 원인을 찾아내 개선해야 하고 돈이 없어도 의대에 들어가 공공의가 될 수 있는 길을 터줘야 공중보건의 공급부족 사태를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