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초유의 국정 공백사태, 국민은 불안하다
[사설] 초유의 국정 공백사태, 국민은 불안하다
  • 신아일보
  • 승인 2015.04.20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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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장기부재·현직 총리 수사 초유의 일
검찰 수사 독립성 보장이 정치개혁 첫 걸음

대통령이 장기 해외 순방 중이고 국무총리는 금품수수 혐의로 식물 총리로 전락한 상황이어서 국정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가 원수와 유사시 그 대행자가 동시에 국정 수행을 제대로 할 수 없는 헌정 사상 초유의 국정 공백 사태가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성완종 게이트가 국정 시스템을 블랙홀로 빨아들여 국가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으니 국민이 불안해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12일간의 남미 순방을 떠나면서 "다녀와서 결정하겠다"는 말만 남기고 떠났고 이완구 국무총리도 "더 열심히 국정을 챙기겠다"며 느긋한 모습이다.

국정 컨트롤 타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들은 그저 무슨 일이 터지지 않기만을 바랄 수 밖에 별 뾰족한 방법이 없다.

대통령이 과연 전.현직 3명의 비서실장과 정권 실세들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성완종 게이트에 분노하고 있는 국민의 심경을 제대로 헤아리고 있는지 의구심 마저든다.

이완구 총리는 아무일 없다는 듯이 하루종일 서류나 챙기고 애써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이며 "마이웨이"를 외치고 있다.

사퇴를 요구하는 여론은 아랑곳 하지 않고 의혹을 해소시키려 애쓰는 정부 2인자의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은 참담한 심정이다.

국민들은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하는 현직 총리의 거취에 대해 대통령과 당사자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더군다나 국정이 실종된 상황을 빤히 바라보면서 국정 최고 책임자들이 줄줄이 자리를 비우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국정을 맡고 있는 최고 책임자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 대해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박대통령이 비행기를 붙들어 놓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부랴부랴 불러 깜짝 회동을 한 것도 뒷말이 무성하다.

국민적 관심사인 총리 거취문제는 어물쩡 물려 놓고 김 대표에게 4월 국회에서 공무원연금개혁을 당부했다니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그 문제가 비행기 시간을 늦추면서 까지 다급하게 대처했어야 했는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공무원 연금개혁 등 현안은 당·정간에 이미 공감대가 형성돼 있고 야당과 진지하게 협상을 통해 처리해야할 문제이다.

순방을 다녀와서 차분히 논의해도 늦지 않다.

급박한 사안에 대한 현실 인식에 문제가 있지 않나 의심이 갈 정도다.

박대통령은 또"이번 사태를 부정부패를 뿌리 뽑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면서 "이참에 과거 정치권의 비리도 파헤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뜻 옳은말 처럼 보이지만 순서가 뒤바뀐 발상이다.

전선을 정치권 개혁으로 넓히기 전에 검찰의 독립성을 보장해 엄정한 수사가 이뤄지도록 분명한 메시지를 내놨어야 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 대통령의 최측근 실세들에 대해 얼마 만큼 성역없이 수사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박대통령이 과거 비리를 언급하는 것은 현재에 과거를 덧씌워 초점을 흐리게 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시급한 것은 성완종 리스트에 올라 있는 '8인의 의혹'여부를 검찰이 명명백백하게 밝히는 일이다.

그리고 나서 과거의 적폐가 있다면 그 것은 그것대로 다루면된다.
'대통령 장기 부재'와 '의혹투성이 총리'라는 전대미문의 상황에서 대통령의 판단과 한마디 한마디는 수사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금은 대통령이 측근 실세들이 제기된 의혹과 관련이 없는지 샅샅이 밝혀내고 혹시 한점이라도 의혹이 있다면 읍참마속의 심경으로 결단을 내려야 할 때이다.

남의 팔다리를 치기전에 자신의 팔다리부터 치는 의지를 보일때 정치개혁은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