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베 뒤쫒는 한국외교, 국민은 불안하다
[사설] 아베 뒤쫒는 한국외교, 국민은 불안하다
  • 신아일보
  • 승인 2015.04.12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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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역사왜곡, TPP선점 발빠른데
한국은 실기, 신뢰성에 먹칠했다

요즈음 한국 외교는 아베 일본총리의 발빠른 선점을 뒤 쫓기나 하는 형국이다.

설령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가 위안부 독도 등 역사적 팩트와 사드 TPP 등 미국과의 현안에 있어서 일본은 보이고 우리는 안 보인다.

일본이 먼저 민감한 사안을 터치, 한국은 조건 반사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 작금 우리의 외교 패턴이 된지 오래다.

일본이 주기적으로 독도문제를 들고 나오고 있어 금년에도 충분히 예견 되었던 것인데 선제적 대응을 하지 못했다.

기껏해야 주한 일본 외교관을 외교부로 불러 항의하고 성명서나 낭독하는 류 따위이다.

이러한 형태의 대응은 국민들로부터 호응을 못 받고 당사국인 일본에도 별 자극이 없다.

이번에 우리나라 외교부가 강력 항의한 것에 대해 일본이 즉각적인 반발을 보인 것이 이를 증명한다.

우리나라 외교 무능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태평양 연안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도 일본에 선점 당한 꼴이 됐다.

TPP는 우리가 미적대고 있는 사이 일본이 발빠르게 편승, 공동 창립국의 명단에 올리게 됐다.

우리는 일본의 동의를 받고 가입해야 되는 상황이 되었다.

좌고우면하는 사이 우리는 타임을 놓친 것이다. 사드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의 공식적인 요구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할 것이 아니다.

그러는 사이 일본은 이미 미국에 확담을 주어 미국을 완전히 자신들의 품안으로 끌어 안았다.

한국외교가 표류하지 않나 하는 우려가 없지 않아 있다.

그런데 우리를 더욱 당혹스럽게 하는 것은 아베총리가 미국을 방문하여 이달 29일, 미국 상하원 합동 회의 연설이다.

미국이 일본에 대해 의회 연설 기회를 주지 않다가 이번 방미시 허용한 것이다.

물론 일본의 끈질긴 외교적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우리의 저지 공작이 먹히지 않은 것이 알려짐으로서 외교적 손상을 입었다.

미숙이 저지른 결과다. 아베 총리의 가장 중요한 방미 목적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경제 협력이고 두 번째는 미일 안보 협력 가이드라인 개정 마무리로 알려졌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베 연설에서 위안부 문제의 진일보한 언급을 기대하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아베의 미국 방문 목적을 파악하고 있다면 김치국물 마시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예측하고 있는 과거사 문제는 기껏해야 원론적 언급에 그칠 가능성이 짙다.

우리가 주의 깊게 볼 것은 아베 총리가 방미를 계기로 일본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 과제인 TPP에 전격 합의할 가능성이다.

그렇게 될 경우 한국은 우리의 혈맹 미국이 일본과 밀월관계에 접어 든 것을 바라봐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그리고 한국은 미국 일본 등 12개 창립국이 만든 조건을 그대로 수용하면서 가입을 구걸해야 될 것이다.

우리의 조건 반영은 생각도 말아야 되는 신세가 된 것이다.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이게 된것이다.

미일이 TPP를 합의한다면 국내에서는 ‘정부가 우물쭈물하다 창립 멤버가 될 기회를 놓쳤다’는 비판론이 비등할 것으로 본다.

우리의 외교 현안들이 하나같이 상수가 되어야 되는데 일본의 변수가 된 것이다. 일본이 하는 바에 따라 뒤따라가는 식의 외교역량으로는 난국을 헤쳐나가기는 커녕 좌초하기 십상이다.

AIIB도 마찬가지이다. 지나치게 미국을 의식하다가 독일 영국 호주 등 구미 중요국가가 참여를 선언한 뒤 밀려서 참여한 듯한 모양세를 보인 것은 누가 모아도 실망스럽고 실기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중국의 입장에서 기분 좋을리 없는 없는 것이다. 미국이나 증국이 한국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것도 우리의 행태로 보아 무리는 아니다.

외교가 실패하면 열강에 둘러쌓인 한국의 처지로는 설자리가 없게 된다. 그때그때 팩트별로 대응하는 방식으로는 자가당착에 빠질수가 있다. 어려울수록 대원칙을 세워 일관되게 추진하는 것만이 정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