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등교거부로까지 번진 '무상급식 중단'사태
[사설] 등교거부로까지 번진 '무상급식 중단'사태
  • 신아일보
  • 승인 2015.03.30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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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 유·무상 논리에만 너무 집착 말고
사회성·지역농업에 기여등 큰틀서 봐야

경남도의 학교 무상급식 중단이 학생들의 등교거부 사태로 까지 번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하동군 화계면 쌍계초등학교 학부모와 학생들은 지난 27일 "경남도의 무상급식 중단에 항의해 주1회 등교거부운동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교생 42명과 학부모들은 등교 거부 첫날 쌍계사 주차장에 모여 기자회견을 한뒤 500m 떨어진 학교까지 거리행진을 했다.

현재 경남도내 120여개 학교에서는 "무상급식중단을 중단하라"는 학부모 1인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친환경 무상급식 지키기 경남운동본부는 같은날 국회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난한 아이든 부잣집 아이든 평등하게 교육받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며 그것을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라면서 "무상급식을 법제화하는 학교 급식법 개정안을 4월 국회에서 통과시킬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무상급식 중단사태로 전국이 뒤숭숭한 가운데 무상급식 중단의 발원지인 홍준표지사는 공교롭게도 같은날(금요일) 미국에서 부부동반 골프를 치고 항공기 비즈니스석 이용 등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홍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평소 같으면 비난을 받겠지만 크게 문제 삼지 않고 일과성 해프닝으로 그냥 넘어갈수도 있는 일을 무상급식과 관련지어 비난을 하다 보니 일이 커진것으로 보인다"며 " 사려깊지 못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수년전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불을 지폈던 무상급식 논쟁이 이번에는 홍준표 경남지사에 의해 재점화 되고 있는 양상이다.

잘나가는 나라들은 어떻게 하면 아기를 하나라도 더 낳고 잘먹여서 튼튼하게 키우느냐에 국력을 쏟고 있는 판에 어린학생들에게 주는 무상급식을 놓고 티격태격 싸움질하는 자체가 한심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학생들에게 주는 무상급식은 헌법상 기본권일뿐 아니라 국가의 의무이기도 하다.

헌법 22조는 모든 국민이 사회보장을 받을 권리를 규정하고 있고 31조는 의무교육무상원칙을 담고 있다.

따라서 의무교육인 학교급식은 '무상급식'이자 '의무급식'으로 받아들이는게 순리이다.

헌법상 기본권에 해당하는 의무교육 무상원칙에 보편적 복지니, 선별적 복지니 하며 자의적으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야 말로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학생들이 책상에서 밥을 먹는데 부자는 돈을 내고 먹고 가난한 사람은 국가로부터 얻어먹는다는 굴욕감을 줘서는 안된다.

무상급식은 지난해 기준으로 초등학교는 98%, 고등학교까지 합해도 68% 이상이 시행되고 있어 이미 정착화 되고 있는 상황이다.

어린학생들이 국가로부터 그만한 헤택도 받지못한다면 가난한 학생들은 어릴때부터 차별에 대한 적개심을 품게 되고 자존감도 잃게 될 수 있다.

학교급식을 무상에서 유상으로 바꾸는 것은 그냥 복지시스템만 바꾸는 것이 아니다.

로컬푸드 등 지역 농업에 대한 미래의 가능성을 깎아 내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학교급식 등 단체급식에는 '한국 농업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라는 깊은 문제 의식이 깔려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무상' 혹은 '의무'라고 불리는 급식비용에 관한 논의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국내 농업과 친환경 급식을 연결시킬것인가가 더 중요한 문제다.

학교 급식이 지역 농가에 안정된 수요를 확보해 줄때 유기농 등 친환경 농업의 비율이 높아지고 농업이라는 거대한 산업도 살릴수 있다. 지금의 상황은 급식비용을 정부가 댈 것인가. 지자체나 학부모가 낼 것인가에 온나라가 매몰돼 있는 모양새다.

큰 틀에서 볼때 농업예산을 조금만 급식쪽으로 돌리면 학교는 물론 군대·근로자들까지도 친환경 급식을 할 수 있다.

사소한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급식과 농업, 로컬푸드 등 지역농업의 미래를 망쳐서는 안된다.

홍준표 지사는 경남도에도 학교와 어린이집, 유치원이 있고 농민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서울과 경기도가 앞으로 학교와 어린이집에 친환경 급식으로 전환할 것을 검토하고 있는 마당에 경남도만 무상급식 중단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해서는 안 된다.

경남도는 급식의 유.무상 논리에만 너무 집착하지 말고 급식의 사회성.지역 농업에 대한 기여 등 큰 틀에서 이 문제를 재검토해 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