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향잃은 한국외교, 새 시스템 필요하다
[사설] 방향잃은 한국외교, 새 시스템 필요하다
  • 신아일보
  • 승인 2015.03.24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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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력 외교·안보라인 주변 눈치보다 날새
美.日 蜜月은 심각한 도전… 대응책 세워야

최근 한국외교가 방향을 잃은 채 선택의 기로에서 있는 모양새이다.

미국이 추진하고 중국이 반대하는 사드(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중국이 추진하고 미국이 반대하는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가 한국외교를 코너에 몰아넣고 있다.

전략적 모호성만 강조하고 조용한 외교를 펴오던 한국외교는 사드와 AIIB의 거센파도에 밀려 움츠려 들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이제 반공개적으로 한국의 선택을 요구하고 있어 G2의 압박에 끼인 한국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무결단의 외교가 결국 국익과 반대로 가는 형국을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불리한 상황이 물러나기만 기다리는 것은 요행을 바랄뿐이지 외교전략이라고 할 수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사드나 AIIB 등에 대해 청와대, 국가안보실, 외교부, 국방부 등 정부외교 안보 라인간에 충분한 정보교환과 조율이 이뤄지고 있는지 의구심 마저 제기되고 있다.

정부책임 있는 당국자가 "청와대 안에서 조차 국가안보실과 외교안보수석실간에 업무협조가 원활치 않다"고 밝히고 있는 것만 봐도 내부사정을 짐작할 수 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무결단, 삐걱거리는 팀웍, 컨트롤타워 부재로 불리는 3無외교의 수렁에서 벗어나 외교주권을 찾아야 한다.

사드가 필요하다면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주도해 정책결정을 하고 외교역량을 총 동원해 중국을 설득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AIIB 가입문제도 마냥 미국 눈치만 볼 일이 아니다.

이미 영국.프랑스 등 미국의 우방들이 대거 가입하면서 '미국 반대론'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실기(失機)는 했지만 지금이라도 빨리 AIIB에 가입해 '명분없는 유보'를 털어내야 한다.

일본은 AIIB에 가입하지 않음으로써 '미의회 연설'이라는 큰 선물을 얻어냈지만 우리가 미국으로부터 받아낸 것은 '상대적 쌀쌀함'뿐이지 않은가.

국내에서 외교현안에 대해 과열된 논쟁을 벌이는 것은 정부의 전략적 대응폭을 좁히는 자해행위다.

사드배치나 AIIB가입문제는 한·미·중이 각자 국익을 위해 난해한 수 싸움을 벌이는 '외교전쟁'이다.

한국이 어려운 처지에 끼여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능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카드가 없는것도 아니다.

'외교전쟁'은 철저히 물밑에서 이뤄져야 하지만 국익에 부응하는 방침이 결정되면 당당하게 우리의 입장을 밝히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동안 한국은 미·중이 그리는 그림에 맞추는데 익숙해 왔지만 이제라도 우리가 그림을 그려놓고 국익에 따라 미·중의 정책을 취사선택하는 새로운 시도를 해볼때가 온 것이다.

아베 일본총리의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이 실현되는 것에 관해서도 우리외교가 완패를 당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외교부는 "아베총리의 미의회 연설 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내부목표를 가지고 있었지만 일본의 전방위적 대미외교에 힘도 써보지 못하고 밀려난 셈이다.

조용하고 소극적인 외교가 빚은 패배라는 비판이 일고 있는 이유이다.

이번사태에 대해 미국 동북아 전략의 주요한 축인 한국이 대중국 정책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보인데 대한 미국측의 불만 표출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과거사를 뛰어넘은 미.일 양국의 신 밀월(蜜月)관계는 혹시 우리의 어정쩡한 주변국 외교가 원인을 제공하지 않았는지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미.일관계의 이같은 변화는 한국외교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미·중·일 관련 외교전략을 근본적으로 수정하고 전환기를 맞은 동북아 역학구도 개편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이처럼 중차대한 국가적 과제를 풀어내기 위해선 새로운 외교.안보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지금과 같이 무소신·무능력으로 참담한 실패를 거듭해온 현 외교.안보라인에 그 일을 맡길 수 없기 때문이다.

기로에 선 한국 외교·안보라인에 적재적소의 새로운 인물이 등장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