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의 딸 84세에 학사모 쓰다
독립운동가의 딸 84세에 학사모 쓰다
  • 양창일 기자
  • 승인 2015.02.25 15: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정옥 할머니 광주남부대서 명예 사회학 학사
 

팔순을 훌쩍 넘긴 할머니가 대학을 졸업했다. 손주뻘의 학생들이 졸업 동기다.

주인공은 지난 24일 광주 남부대학교에서 열린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명예 사회학 학사증서를 받은 김정옥씨(84).

김씨는 2011년부터 4년간 남부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서 공부했다. 김씨의 아버지는 일제 강점기에 독립운동에 참여해 자금을 마련하느라 가정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데다 젊은 나이에 숨졌다.

서울에서 태어난 김씨는 풍문여자중학교(4년제)를 다니다 3학년 때 중퇴했고 평생 배움에 대한 열망을 간직한 채 평생을 살아왔다.

배움을 뜻을 이루지 못한 김씨에게 대학의 문이 열린 것은 지난 2011년. 팔순을 넘긴 그 해였다.

그는 지난해 작고한 남편과 조용기 남부대 설립자가 각별한 사이여서 남부대를 선택했지만 정작 정식 입학은 어려웠다.

중고교 과정을 마치지 못한 만큼 대학 입학자격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학교 측의 배려로 사회복지학과에 청강생 신분으로 다닐 수 있었다.

남구 방림동에 사는 김씨는 광산구 첨단지구에 있는 학교까지 매일 50분을 직접 승용차를 운전해 등·하교를 했다.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학교를 오가는 등 열정만은 남달랐다.

수강 과목이 일반 학생의 5~6개 과목보다 1~2개 과목만 적었을 뿐, 사회복지사와 평생교육사 실습까지 마쳤다.

김씨는 “가난한 데다 형제가 여덟이나 돼 먹는 것조차 부족해 부모님께서 입 하나라도 줄인다며 18살 때 시집을 보내 광주에 와 살게 됐다”며 “학교의 배려와 교수님들의 지원 덕분에 대학 공부를 한 것을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배우고 싶은 마음은 다 비슷할 것”이라며 “모르던 말도 배우고 더 젊어진 것 같다.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씨는 슬하에 2남 2녀를 뒀으며 3남매는 미국에서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