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세 새내기 여대생 “中관광객 가이드가 꿈”
75세 새내기 여대생 “中관광객 가이드가 꿈”
  • 김가애 기자
  • 승인 2015.02.10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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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예대 입학 장늠이씨
 

“안다는 것은 밝음이자 빛 그 자체죠. 반면 무지(無知)는 깜깜한 밤이나 다름없어요. 저는 빛나게 살기 위해 계속 공부할 겁니다.”

서울 마포구의 학력인정 평생학교인 일성여고 최고령 졸업생 장늠이(75·여)씨는 9일 만학의 꿈을 이루게 된 소감을 묻자 “아직 멀었다”고 손사래를 치며 이렇게 말했다.

장씨는 국가유공자 자녀를 대상으로 한 수시 전형으로 백석예술대 외국어학부에 합격해 다음 달이면 ‘새내기 여대생’이 된다.

경북 칠곡에서 소학교를 다니던 장씨는 한국전쟁으로 어쩔 수 없이 학업을 중단했다.

전란이 끝나고 나서 근근이 소학교는 졸업했지만 부친이 징집돼 전사하는 바람에 중학교 등록금을 낼 형편이 못됐다.

장녀이던 그는 결국 학업을 포기하고 생계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장씨가 다시 학교 문을 두드린 것은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나서도 한참 세월이 흘러 슬하의 2남 3녀가 모두 출가하고 난 후였다.

그는 충무로의 한 학원에서 공부한 지 4개월 만에 중등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2013년 일성여고에 입학해 2년만에 정규 고등학교 과정을 마쳤다.

“생전 어머니가 배움에 대해 각별하게 생각하셨어요. 만약 어머니와 사별한 남편이 제가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면 아마 저보다 더 기뻐했을 겁니다.”

장씨의 목표는 대학 진학이 전부가 아니다.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할 계획인 그는 “역사와 중국어를 열심히 공부해 언젠가 중국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유적지를 소개하는 가이드가 되고 싶다”며 눈을 반짝였다.

실제로 고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그는 한자 공부는 물론 중국어 간자체 공부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

가능할 때까지 계속 학업에 매진해 ‘빛나는 보배’로 기억되고 싶다는 그는 “20대이건, 80대이건 간에 공부하는 사람은 항상 젊은 법”이라며 “하늘이 부를 때까지 계속 젊게 살고 싶다”며 웃었다.

일성여중·고교에서는 올해 장씨처럼 개인 사정으로 제때 학업을 마치지 못한 40~80대 만학도 중학생 315명, 고교생 215명이 중·고교 과정을 마치고 졸업한다.

야학 모임이 전신인 이 사립학교는 9년 연속 고교 졸업생 전원이 대학 진학의 꿈을 이뤘다. 올해도 졸업하는 고교생 모두 대학에 합격했다.

졸업식은 오는 25일 오전 10시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