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건보료 개편포기, 국가정책 신뢰문제다
[사설] 건보료 개편포기, 국가정책 신뢰문제다
  • 신아일보
  • 승인 2015.02.01 18: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반발이 무서워 국가중요 정책을
포기한다면 나라꼴은 무엇인가

정부가 그동안 많은 민원이 제기 됐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방안을 발표 하루 전에 백지화하여 파장이 크게 일고 있다.

국민은 청와대가 연말정산에 대한 국민 저항이 민심 이반으로 까지 이어져 지지율이 20%대로 하락한 것에 지례 겁을 먹은 결과로 보고 있다.

국민 부담을 담보로 한 개혁에 찬동할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복지부에 따르면 개편안을 시행하면 자영업자 무사업자 무소득자 등 소위 저소득 약 600만 가구가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고소득자로 분류되는 약 45만명은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정부는 이 들 고소득자의 반발에 지례 겁을 먹어 개선을 접은 꼴이 된 것이다.

부담을 안게 될 45만명의 반발보다는 600만여 가구의 반발이 더 심각할 것이라는 것을 왜 정부만 모르고 있는지 모르겠다. 무언의 다수가 움직이면 걷잡을 수가 없는 것이다.

국가가 정책을 수행하자면 국민이 국가를 신뢰해야만 동력이 생기는 것인데 이번 일로 국민이 국가를 신뢰하겠는가. 심각한 문제라고 하겠다. 국정 전반에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행 건보료 체계는 공정성과 합리성에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 문제가 지적될 때마다 땜방을 했기 때문이다. 지역 가입자는 소득이 없더라도 주택과 자동차가 있으면 보험료를 내야 한다.

반면에 소득이 많아도 피부양자로 등록하면 건보료를 내지 않아도 되고 월급을 받는 직장인은 금융소득등 기타 소득이 많아도 급여에 따른 소정의 건보료만 내면 된다.

이러한 불합리에 대한 개선요구가 건강보험공단 설립이후 수십 년간 이어져 왔지만 전체적인 개편이 아니면 민원해소가 불가능, 현재에 이르렀다.

박근혜대통령도 지난 2013년, 이의 개혁을 중요 국정과제로 설정하여 학계·노동계·정부 인사 등 16명으로 구성한 개선기획단을 출범시켜 개편 안을 마련토록 했다.

이 기획단은 1년여의 각고 끝에 내년에 새로운 건보료 부과방식을 시행할 계획이었다.

이 기획단이 작성한 개선안은 근로소득 이외에 임대 등 종합소득이 많은 직장 가입자와 고소득 피부양자의 건보료를 올리는 한편으로 지역 가입자는 소득을 고려해 건보료를 조정하는 것 등이 골자이다.

그런데 복지부는 심혈을 기울여 마련한 건보료 부과 개편안을 연말정산 역풍에 놀란 청와대의 압력에 굴복하여 백지화한 것이다.

이로 인해 행정력을 낭비한 것은 차치하고 건보료 부담 감소 등에 큰 기대를 하고 있던 국민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또한 정부가 건보료 부과개편 안을 유보하면서 이 안을 마련한 개선기획단에도 알리지 않은 것이 드러나 논란이다. 개선 기획단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이들은 의견 공표도 마지 않겠다는 것이다.

개선기획단의 일원인 김진현 서울대 간호학과 교수는 “정부에 제출할 예정이었던 개선안들은 ‘결정된 정책’이 아니라 공론화를 시작하기 위한 자료였다”며 “공론화 없이는 사회적 공감대를 찾기도 어려운 만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 논의를 중단 한다’는 정부 논리는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개선안 논의 중단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개선기획단에도 향후 어떻게 논의를 진행할지에 대한 기본적인 ‘일정’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책 형성 과정에서 꼭 필요한 예측 가능성과 공론화 단계를 완전히 무시한 조치”라며 “정책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무력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에 발표한 건보료 개편 백지화를 접고 다시 불을 지펴야 된다. 모든 일을 단번에 끝내어 성과를 도출하려 할 것이 아니라 순차적으로 추진, 영향을 받을 집단의 충격이 최소화되도록 하여야 한다.

선 의지를 가지고 꾸준히 개편해 나갈 것을 촉구한다. 국가 정책을 쉽게 포기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건보료 부과개편은 박근혜정부의 중요 국정 과제가 아닌가. 국민의 반발이 두려워 할 일을 못한다면 무능한 정권이라는 후대의 평가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