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방재정 쥐어짜기’가 대안인가
[사설] ‘지방재정 쥐어짜기’가 대안인가
  • 신아일보
  • 승인 2015.01.27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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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부 세수를 지방서 메우려하면 안돼
세수 확보 위한 획기적 대책 수립이 먼저

박근혜 대통령이 엊그제 수석 비서관 회의에서 세수확보 부진으로 인한 재정난 해결 방안으로 지방교부세와 교육재정 교부금 등 지방재정제도의 개혁을 지시하자 지자체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정부가 지방재정 쥐어짜기로 ‘증세없는 복지’를 밀고나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박대통령이 제시한 ‘지방부담’확대는 지방교부세가 지방재정 부족액을 기초로 산정한 뒤 지자체별로 부족액을 배분하기 때문에 자치단체가 지방세수를 확충하려는 노력이 부족할 수 있다는 인식을 깔고 있다.

박대통령은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교육재정교부금에 대해서도 내국세 증가가 교육재정교부금 증가로 연동되는 구조에 대한 개선도 지시했다.

내국세 대비 교부금 비율을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한 것이다.

지방교부세나 교육재정교부금 구조 개혁의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제기 돼온 문제이긴 하다.

지방교부세의 경우 지자체의 자체수입이 늘면 감소하는 구조이다 보니 지자체들이 세수 발굴에 미온적인 면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육재정교부금 역시 인구나 환경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 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점은 박대통령이 지방재정개혁을 꺼내든 배경과 시점이다.

지난 해 세수 결손 규모가 사상 최대인 11조1000억원에 달하고 세수확보에 구멍이 나면서 국가재정이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시행중인 복지정책 등을 지속하려면 세수확보가 관건인데 뾰족한 수가 없다는게 정부의 딜레마이다.

결국 증세라는 정공법을 피하다보니 세출구조조정이 필요하고 이에 대한 희생양으로 ‘지방재정’을 들고 나온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지자체에서는 박대통령이 ‘복지축소’로 유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결국 지자체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원을 줄이는 ‘지방재정 쥐어 짜기’를 통해 재정적자를 메우겠다는 뜻이 숨어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해법은 지자체의 반발만 부를 뿐 대규모 세수결손을 메울 수 없다고 지적한다.

지자체들의 반발은 갈수록 커질 수 밖에 없다.

지자체들은 지방교부세 비율을 줄이는 방향으로 제도개혁을 하게 되면 대통령 공약사업은 사실상 시행이 어렵게 된다고 입을 모은다.

또 지방정부의 경우 세원이 줄어 가뜩이나 재정형편이 어려운 상황에서 교부세 비율까지 내려가면 교부세 대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국가 세입확충을 위해 지방의 구조개혁을 요구하는 것은 지방재정의 숨통을 더욱 조이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정부가 복지를 하려면 증세를 하든지, 복지사업을 정부가 전액 부담하든지 해야 하는데 돈이 모자란다고 지방교부세를 갖고 제도개혁을 하겠다는 발상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교육재정교부금 제도 개혁에 대해서도 우려가 크다.

교육청 관계자들은 “교육재정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대통령의 인식은 아직 교육투자가 부족하고 낙후된 현실을 외면한 처사”라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중앙정부의 세수부족을 지방재정의 구조조정을 통해 해결해보려는 정부의 정책은 당위성도 떨어지고 성공가능성도 낮다.

이 시점에서 중앙정부가 해야 할 일은 세수확보를 위한 획기적 대책을 수립하고 지방재정 자립도를 높이는 일이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를 아무리 쥐어짜봤자, 거기서 복지예산이 창출되리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