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보건 의료 분야 인프라 구축에 힘쓰겠다”
“통일 보건 의료 분야 인프라 구축에 힘쓰겠다”
  • 오규정 기자
  • 승인 2015.01.25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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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출신 첫 외과의 고윤송씨
 

탈북자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외과 전문의가 배출됐다.

고려대 안산병원은 지난 2007년 탈북자 신분으로 한국에 정착한 뒤 4년간의 외과 전공의(레지전트) 수련과정을 마친 고윤송(41)씨가 지난 20일 외과 전문의 시험에 합격했다고 22일 밝혔다.

북한에서 의사 생활을 한 탈북자가 국내 의사면허를 딴 경우는 10여명 정도가 되지만, 고 씨처럼 외과 전문가가 된 것은 처음이라고 병원 측은 설명했다.

병원 측에 따르면 고씨는 평안남도 평성의학대학을 졸업하고 의사가 된 뒤 5년동안 주변 지역에서 결핵환자를 돌봤다. 그러다가 탈북을 결심한 고 씨는 중국으로 건너가 막노동과 잡일을 하다 2007년 중국 다롄에서 평택항으로 가는 한국행 컨테이너 화물선에 몰래 숨어들어 한국행에 성공했다.

한국에 온 이후에는 국내 의사면허를 취득하기 위해 고려대 도서관에서 2년 동안 파묻혀 살다시피 했다. 결국 그는 2010년에 갈망하던 의사 자격증을 획득했고, 고려대 안산병원에서 4년간의 외과 전공의 수련과정을 마쳤다.

고 씨는 “북한에서 의사생활을 했지만 국가고시를 준비하면서 남한의 의료시스템과 큰 격차를 느껴 전공의 과정 초반부터 기초를 다지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가장 큰 문제는 라틴어로 된 의학용어를 사용하는 북한과 달리, 영어로 된 의학용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실무적인 의사소통에 큰 어려움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지도 교수의 관심어린 지도와 동료 전공의들의 도움으로 수월하게 극복할 수 있었다는 게 고 씨의 설명이다.

그는 남한의 젊은 의사들이 기피하는 외과의사의 길을 걸으려는 뚜렷한 이유도 밝혔다.

“북한에서는 의료 환경이 열악해 도병원이 아닌 하위 병원들은 분과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실정이고, 의사의 전공을 크게 내과와 외과 두 가지로만 나눈다”면서 “특히 외과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외과의사 한명이 모든 외과분야를 진료해야 하는 실정이어서 한국에 온 이후에도 외과 전문의의 꿈을 키웠다”고 말했다.

고 씨는 앞으로 통일보건의료 분야의 인프라 구축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우선 외과를 중심으로 탈북의료인을 재교육한 뒤 점차적으로 모든 전문과로 영역을 확장해 이들을 남한 전문의 수준의 의료인력으로 양성하는 게 목표”라며 “이를 위해 재능이 있는 탈북자 자녀를 선발하고, 통일 후 북한지역에서 활동할 지역 친화적인 전문의료인 교육 인프라 구축에 나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