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 만학도 왕벚나무 기원 밝혀
환갑 만학도 왕벚나무 기원 밝혀
  • 김가애 기자
  • 승인 2015.01.21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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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생명과학과 박사과정 조명숙씨
 

작년 11월 성균관대 생명과학과 김승철 교수 연구팀은 국립생물자원관 등과 함께 제주도 왕벚나무의 기원을 밝혀 이를 국제 학술지인 ‘미국식물학회지’(American Journal of Botany)에 실었다.

연구팀은 왕벚나무가 일본에서 유래한 것이 아니라 제주도 자생 올벚나무와 벚나무, 산벚나무 복합체의 교잡으로 발생한 종이라는 사실을 DNA 분석을 통해 처음으로 밝혀냈다.

그런데 이 연구의 중심에는 올해 환갑을 맞이한 만학도가 있어 눈길을 끈다. 주인공은 성균관대 생명과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조명숙(60·여)씨.

조씨는 21일 “섬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교잡을 통해 왕벚나무가 발생했다는 것이 연구의 핵심”이라며 “식물분류학계에서 권위가 있는 학술지에 대학원생 신분으로 논문을 실어 뿌듯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지난 1977년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한 조씨는 34년 만인 2011년 성균관대 생명과학과에 석사과정으로 입학했다.

그는 입학하자마자 곧바로 김 교수의 지도를 받아 제주도 왕벚나무의 기원을 연구했고, 그 연구 결과를 지난 2013년 석사 학위 논문에 담았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수정과 재실험을 거쳐 미국식물학회지에 논문을 싣는 성과를 거뒀다.

조씨는 이를 위해 매년 봄마다 벚나무 샘플을 채취하러 제주도와 오대산, 태백산, 내장산 등 전국의 산은 물론 일본까지 누볐다고 한다. 풀숲을 헤치며 산을 타느라 온몸은 상처투성이가 되기 일쑤였다.

조씨가 처음부터 식물분류학에 관심이 있던 것은 아니었다.

학부 졸업 후 항공사와 외국계 무역 회사에서 20여 년간 일을 하며 결혼과 양육까지 하는 통에 한동안 학업은 손 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지난 2007년 경기도 용인의 한 식물원에서 생태학교 강사를 하게 된 것을 계기로 숲과 나무에 관심을 두게 됐다.

조씨는 이후 2010∼2011년 경기도 용인의 자연휴양림에서 숲 해설가로 일하며 본격적으로 독학을 통해 관련 지식을 쌓았고, 내친김에 식물학을 체계적으로 공부하기로 마음먹고 성균관대에 입학했다.

그가 다시 학업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에는 같은 학교 유전공학과 교수로 재직하는 남편 홍성렬 교수의 물심양면 외조도 한몫했다.

그는 “내가 지도교수와 띠동갑일 정도로 나이가 많아 부담도 됐지만 ‘앞으로 70세까지는 얼마든지 활동할 수 있으니 지금 배워두는 것도 좋다’는 말에 힘을 냈다”며 “입학하고 나서 개나리와 벚꽃 중에 연구 주제를 고르라기에 ‘분홍이 좋다’며 벚꽃을 골랐는데, 이것이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다”고 말하고서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