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삶과 글이 일치했던 분”
“어머니는 삶과 글이 일치했던 분”
  • 오규정 기자
  • 승인 2015.01.21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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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딸 호원숙씨가 본 어머니 박완서
4주기 앞두고 산문집 ‘엄마는…’ 출간
▲ 호원숙 작가가 지난 20일 오전 서울 중구 무교동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박완서·호원숙 산문집’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 어머니는 삶과 글이 일치하는, 정말 철저한 작가였어요. 집중력이 정말 대단했습니다.”

소설가 박완서의 맏딸 호원숙 작가는 고인의 4주기를 이틀 앞둔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간담회 자리에서 이같이 회고했다.

이날 간담회는 1977년 출간된 첫 산문집을 시작으로 1990년까지 박완서가 펴낸 산문집 7권의 출간과 호원숙 씨의 산문집 ‘엄마는 아직도 여전히’의 발간을 알리는 자리였다.

호원숙 작가는 “어머니의 산문집에는 70~90년대 초반까지 살아온 우리 가족사뿐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세대에게 전해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담겼다”고 말했다.

박완서 산문집은 ‘쑥스러운 고백’ ‘나의 만년필‘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들’ ‘살아 있는 날의 소망’ ‘지금은 행복한 시간인가’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애수’ ‘나는 왜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가’를 제목으로 한다.

초판 당시의 원본을 바탕으로 중복되는 글은 추리고, 재편집했다. 현재의 맞춤법으로 수정했으나 박완서 작가 특유의 입말을 생생하게 살리고자 다양한 표현들은 그대로 살렸다.

가난한 구두수선공으로부터 얻은 교훈을 소재로 한 글‘최근에 만난 빛나는 남성’을 비롯해 예식장 잡기의 어려움‘상업주의 결혼’, 믿음의 중요성‘수많은 믿음의 교감’ 같은 세태에 관한 글이나 ‘새해소망’ 같은 개인 소사에 대한 수필 등 약 400편의 글이 실렸다. 그는 “어머니는 세상의 불평등에 대해 늘 염려하셨다. 돈 위주로 돌아가는 세상에 대해 경고했다”며 “수록된 글은 주로 1970~80년대 글이지만 오늘 조간신문에 나와도 어색하지 않은 글”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어머니는 지위가 높은 사람 앞에서는 당당했지만, 지위가 낮은 사람들 앞에서는 겸손하셨다. 그런 겸손의 마음을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곁들였다.

박완서는 탁월한 문체와 아름다운 우리말 사용으로도 유명하다.

호 작가는 “어머니는 우리말과 글을 사랑하셨다. 정말 아름다운 우리말을 잊지 않고, (역사 속에서) 끄집어 내려고 하셨다. 그 낱말 속에 깃든 생활과 역사, 그리고 모든 감정을 글 속에 구현했다”며 “한 손으로도 들기 어려운 국어사전 두 권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어머니는 일일이 사전을 찾으며 글을 쓰셨다”고 회고했다.

호 작가는 이번에 두 번째 산문집 ‘엄마는 아직도 여전히’를 발간했다. 지난 2006년 나온 ‘큰 나무 사이로 걸어가니 내 키가 커졌다’ 이후 9년 만의 신작이다.

그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는 어머니에게서 벗어나려고 글을 썼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후에는 어머니에 대한 글을 더 많이 쓰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어머니는 존경받기보다는 사랑받기를 원하셨다. 시대와 동떨어진 글은 하나도 쓰지 않았다. 삶을 가장 소중히 여기셨고, 사람과의 인연, 자연을 사랑하셨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말을 사랑하셨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