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열린 마음 갖고 만나 대화를”
“한·일 열린 마음 갖고 만나 대화를”
  • 박재연기자
  • 승인 2015.01.18 14: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국 대학서 제자 3만 기른 권오정 교수
 

43년간 한국과 일본의 대학에서 3만여 명에 이르는 제자를 양성하며 사회교육학 분야에 ‘대부’로 불리는 노교수가 있다.

일본 교토 류코쿠(龍谷)대 국제문화학부의 권오정(70) 교수가 그 주인공. 1972년부터 대학 강단에 선 그는 이화여대, 서울교대, 경희대, 한국교원대를 거쳐 1996년부터는 류코쿠대서 ‘글로벌 시대 다문화 수용’을 가르치는 국제문화학부를 개설해 교편을 잡아왔다.

대표적인 저서로 국내 대학에서 사회교육의 교과서로 정평이 나 있는 ‘사회 교육학의 구조와 쟁점’(교육과학사·2003)을 비롯해 ‘민주시민 교육론’(탐구당·2003), ‘국제화 시대의 인간 형성’(배영사·1986) 등이 꼽힌다. 일본에서도 ‘폭력과 비폭력’(미네르바서방·2010), ‘다문화 공생을 되묻다’(일본경제평론사·2014) 등을 냈다. 오는 3월 정년퇴임을 앞둔 그는 15일 오후 류코쿠대 세타캠퍼스에서 ‘이문화(異文化) 속에서 이문화를 가르치다’란 제목으로 고별 강연을 펼쳤다.

이날 강연에서 권 교수는 “한국인으로 배타성이 강한 일본에 살면서 국수적인 내셔널리즘과 교육의 관계성에 대해 비판도 스스럼없이 해왔다”며 “사회 체제의 건전한 발전과 교육적 신념을 관철하기 위해 이문화 속에서 비판적 지식인으로 살아왔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국제문화학부에 한국어 강좌를 개설하고 한·일 대학생 교류를 꾸준히 펼쳐온 것은 청년들이 국경을 초월해 세계화 감각을 갖춘 인재가 되길 바라서였다”면서 “한·일 간에는 정치와 외교에서 걸림돌도 있지만 기성세대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열린 마음으로 만나 대화하고 소통하다 보면 더 나은 양국 관계를 구축해 나갈 수 있다”고 역설했다.

권 교수는 국내 대학에 재직할 때 제6차 사회과 교과과정(1992~1997)을 만드는 책임자로 참여, “‘국민’이란 용어만을 사용하는 배타적 성향의 교육은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초래한다”며 ‘시민’이란 용어를 함께 사용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충청남도 부여 출신인 그는 1966년 경희대학교 총학생회장 시절 주체성 확립, 선의의 생활, 잘살기 운동 등 5대 행동강령의 ‘밝은 사회 건설 운동’을 추진했다. 이 운동의 취지에 공감한 경희학원 설립자 조영식 박사가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현재는 범세계적 평화교육의 운동으로 성장했다.

권 교수는 교단에 선 이래 줄기차게 ‘배타적 국민’보다 ‘글로벌 사회의 시민’으로서의 인재 육성이 사회 발전의 동력이라며 학생들에게 열린 마음으로 이문화를 받아들이고 교류하는 활동을 장려해왔다.

도쿄가쿠게이(東京學藝)대 한국학연구소 고문이기도 한 그는 퇴임 후에는 학술 교류와 만남의 장인 ‘아시아 세미나하우스’(Asia Seminar House)를 설립해 아시아 지역의 학자와 학생이 언어를 뛰어넘어 생각을 공유하고 소통하도록 도울 계획이다.

권 교수는 “교단을 떠나서는 우선 일제강점기 말에 태어나 한국의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살아온 자신의 삶과 연구 기록을 한·일 양국의 시민이 공유할 수 있도록 저술할 계획”이라며 “한·일 외교가 고착된 지금이야말로 서로 만나 대화하는 기회를 만들어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