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한 사회 만드는 연구하겠다”
“유연한 사회 만드는 연구하겠다”
  • 김가애 기자
  • 승인 2015.01.11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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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 이원재 신임소장
 ▲ 이원재 희망제작소 신임소장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큰 변화가 없었죠. 진짜 새 시대를 맞으려면 고착화된 우리 사회를 더욱 ‘말랑말랑’하게 바꿔야 합니다.”

최근 취임한 이원재 희망제작소 신임소장(43)의 우리 사회에 대한 제언이다.

이 소장은 11일 인터뷰에서 “민주화된 지 30여년이 흘렀지만 삶의 질적인 변화는 크지 않았다”며 “새 시대를 열고자 사회적 상상(Social Fiction)을 통해 사회를 유연하게 만드는 연구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성적이고 지적인 토론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유연한 사회는 풍성한 지식 플랫폼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그 플랫폼 중 하나가 민간 싱크탱크로, 희망제작소를 미국 브루킹스나 헤리티지처럼 자리매김시키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희망제작소는 정부나 기업의 출연 없이 운영되는 독립적인 민간연구소다. 지난 2006년 ‘21세기 실학운동’이라는 슬로건으로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주축이 돼 설립했다.

연구원이 40명에 달하고 개인 후원자 6000여명을 둔 민간 싱크탱크 중 최대 규모다. 상임이사였던 박 시장 외에도 염재호 고려대 차기 총장, 문규학 소프트뱅크코리아 대표, ‘시골의사’ 박경철씨, 유지나 작가 등이 이사로 활동했다.

기자 출신으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한겨레경제연구소장, 안철수 후보 캠프 정책기획실장 등을 지낸 이 소장은 작년 부소장으로 이곳에 합류했다.

그는 희망제작소에 대해 “실용적으로 문제 해결을 도출하는 집단으로, 소위 말하는 진보·보수의 진영논리와 자본논리에서 자유로운 연구소”라고 소개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극대화된 사회적 갈등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진영논리가 지배해 사회를 갈등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고 우리 사회 병폐의 개선 방향에 대한 이성적 논의는 거의 없었다”고 평가했다.

그래서 3월 청년들을 상대로 살고 싶은 사회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사회적 상상 콘퍼런스’를 열고, 이후 노인과 다른 세대로 확대한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이 소장은 희망제작소 내부의 ‘유연함’부터 챙길 생각이다.

조직개편을 단행해 현재 10개가량인 부서의 벽을 허물고, 연구원들로 하여금 직접 발제한 과제를 토대로 팀을 구성토록 할 방침이다.

독립성 확대를 위한 개인 후원자 확충에도 역점을 둘 계획이다.

이 소장은 “브루킹스나 헤리티지는 거의 100% 개인 기부금으로 운영돼 집단이나 기업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롭다”며 “변화의 울림을 주는 새로운 질문을 많이 던지다 보면 개인 후원자들이 자연히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희망제작소는 재정의 40%를 개인기부에서, 나머지 60%는 연구용역과 각종 위탁사업·기업기부 등으로 확보하고 있다.

그는 최근 많은 NGO가 청년 회원 수 감소를 고민하는 상황과 관련 “젊은이들에게 묻지 않고 함께 하려 하지도 않기 때문”이라며 “후원자를 설득하고 함께 호흡하는 방법을 찾아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희망제작소는 시민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정책 대안을 연구·제안한다. 지하철 낮은 손잡이와 임산부 배려석, 간판문화 개선, 자동현금인출기(ATM) 이용 수수료 사전 고지 등이 이곳에서 아이디어가 싹 터 정책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