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甲질 만연하는 사회 미래 어둡다
[사설] 甲질 만연하는 사회 미래 어둡다
  • 신아일보
  • 승인 2015.01.08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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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에게 가장 큰 사랑 전하는 '갑'으로
약자 배려하는 역지사지 정신 필요한때

최근 가장 많이 회자되는 말이 '갑(甲)'과 '을(乙)'의 관계가 아닌가 생각된다.

‘땅콩회항’ ‘백화점 지하주차장 모녀 폭행’ '아파트 주민의 경비원 폭행' 등 우리사회의 甲질 사건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미국 뉴욕 JFK 공항에서 승무원의 서비스 태도를 문제 삼아 같이 탑승한 승객들은 아랑곳 않고 이륙하려던 비행기를 회항시켰다. ‘땅콩회항’으로 갑질의 진수를 보여준 조 전 부사장은 결국 구속 기소돼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일부 네티즌들은 조현아 전 부사장을 ‘갑질의 여왕’이라고 까지 비꼬아 부르고 있을 정도다.

최근 인터넷에는 현대백화점 부천 중동점 지하 주차장에서 한 모녀 고객이 차량 이동을 요구한 아르바이트 주차 요원을 무릎을 꿇린 뒤 고성과 함께 뺨을 때렸다는 글과 함께 사진이 공개돼 백화점 손님의 갑질이 도마위에 올랐다.

이 모녀는 경찰의 조사를 받을 처지에 놓였다.

또 광주의 한 60대 아파트 경비원이 30대 주민에게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주민은 아파트 경비원이 “경비실에 보관된 택배를 찾아가라”고 몇 차례 전화를 걸어 재촉했다고 갑자기 경비실로 들이닥쳐 경비원을 발로 차는 등 폭행을 가했다.

그는 폭행도 모자라 경비원에게 사과까지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현장을 목격한 같은 아파트 주민이 입주민 카페에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고, 경찰은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소위 힘없는 ‘을’을 상대로 한 ‘갑’의 횡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군대내 상급자와 하급자, 본사와 대리점, 회사 대표와 직원, 교수와 학생, 건물주와 세입자 등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지위 격차가 있는 관계에서 갑의 횡포는 쉽게 발견된다.

그중 직장에서의 갑을 관계의 부당 행위가 심하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최근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을 대상으로 ‘직장생활의 갑을 관계’를 주제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직장인 10명 중 9명이 을의 위치에서 갑에게 부당한 대우를 당했다고 답할 정도다.

‘갑(甲)’과 ‘을(乙)’의 관계란 계약서 상에서 계약 당사자를 순서대로 지칭하는 법률 용어로 높낮이를 구분하는 개념이 아닌 수평적 나열을 의미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사회에서는 상하관계(上下關係)나 주종관계(主從關係)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 사회의 과도한 승자독식 문화와 전근대적인 계층의식 그리고 특유의 내리 갈굼 문화가 저변에 갈려있어 이런 현상이 나왔을 수도 있다.

갑도 한때는 을이었을 때가 있다. 갑질은 을이었을때 당한 보복 심리가 작용했다고 볼 수가 있다.

내가 부당하게 대우 받았다면 내가 상대하는 다른 이에게는 똑같은 방식으로 되돌려 주면 안되는 것인데 우린 그걸 너무 모르고 있다. 우리는 자신에게는 너무 관대하고 남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자신보다 더 영향력 있고 돈 많은 사람들이 함께 있었다면, ‘갑질’을 할 생각이나 했을까. 상대방의 권력 또는 돈을 보고 행동하는 비열함과 천박함이 ‘갑질’의 근본 정서라고 볼 수 있다.

나도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甲질을 하고 있지 않았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왜곡된 갑을관계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약자를 배려하는 역지사지 정신이 필요한 때이다.

‘甲의 횡포’가 만연하는 사회는 미래의 희망은 없다. 갈등과 반목만 부추킬 뿐이다.

‘갑’이 최고라는 뜻으로 ‘을’에게 가장 큰 사랑을 전하는 ‘갑‘으로, 갑의 의미가 되돌려지길 기대한다.